2024-04-29 04:39 (월)
‘삼계탕 보도’ 도 넘었다
‘삼계탕 보도’ 도 넘었다
  • 한민지 기자
  • 승인 2013.11.17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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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지 사회부 기자
 지난 16일 오전 8시 54분께 38층 높이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헬기가 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인규(58) 조종사와 고종진(37) 부조종사가 숨졌다.

 아파트는 21층에서 27층까지 외벽이 부서졌고, 사고 헬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다행히 충돌 4개 층 주민 27명 모두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헬기는 LG전자 소속의 민간 헬기로 기종은 2007년 도입한 ‘스콜스키’(헬기번호 HL9294)이다. 김포에서 이륙해 전주 공장으로 가기 위해 잠실에서 임원을 태우려고 향하던 중 사고가 난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사고 헬기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탑승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까지 짙은 안개가 낀 탓에 조종사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상청이 오전 9시 관측소에서 측정한 가시거리가 1.1㎞로 헬기를 운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날씨였다는 지적이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당국 300여 명이 투입돼 추락한 헬기 잔해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서울항공청에 설치하고 사고조사관 5명을 급파했다.

 주말 아침. 때아닌 날벼락이었다. 민간 헬기가 도심 아파트를 충돌한 것도 그렇지만 사망한 조종사가 기자의 아버지 연배와 비슷했기에 멍한 기분은 더했다.

 산산조각난 헬기의 잔해를 보는 순간 사고 직전 조종간을 잡은 두 분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두 분에 대한 애도의 여론은 길지 않았다. 쓰나미 수준으로 토해내는 지상파방송 3사와 종편은 물론 케이블, 포털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보도로 주말을 때운 이유다.

 3년 차 여기자도 어젯밤 먹은 음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속내가 울렁거렸으니, 마치 먹잇감을 문 듯 불붙은 언론의 태도는 손가락질받을 법 했다.

 현대인은 24시간 엄청난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 채널의 질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심각성은 결코 가볍지 않아 국민은 목마르다.

 사실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을 놓고 기득 언론의 보도를 보노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언론에 의해서 오히려 알 권리를 유린당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차별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보도, 언론의 권리는 외치면서 의무는 저버린 보도.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치 현안이나 시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호도하고 이를 재탕, 삼 탕 하면서 국민을 세뇌시키는 보도.

 정말 ‘그 나물에 그 밥’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오죽하면 김비서(KBS), MB씨(MBC)와 같은 별칭이 나오겠는가. 오죽하면 종편을 두고 삼회 이상 계속 우려먹는다는 의미로 ‘삼계탕’이란 애칭(?)이 불리겠는가.

 국민의 알권리를 호도하면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빙자해 세뇌시키려 들면 더욱 안 된다. 어떤 매체든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펙트’를 왜곡시키면 더욱 안 된다.

 문득, 최근 취재차 들른 관공서 간부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한 기자님, 요즘 뉴스는 채널이 분명 다른데 내용은 어떻게 똑같습니까? 이래서 예쁜 앵커 얼굴 보고 채널을 선택한다고들 하나 봅니다.”

 방송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프라인 신문의 보도 또한 도를 넘었다. 그나마 대부분 지방신문은 순진하다. 지방신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기자는 오늘 잃어버린 언론의 공정성, 신뢰성을 되찾기 위해 깨어있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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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희 2013-11-18 11:25:59
많이 공감합니다
어느 연론인이나 독자들 모두, 진심으로 공정과 신뢰의 방송과 신문을 원할것입니다.
용기있게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경남매일이 그런 신문으로 거듭 나길 바라며,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