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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정치권, 대해로 나아가라
창원 정치권, 대해로 나아가라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3.11.1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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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장
 창원시가 추진 중인 청사의 기능 일부를 마산합포구청으로 재배치하는 청사 분할이 시의회의 반발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가 청사분할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리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산지역의 상실감을 회복시켜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진해로 정한 야구장을 되돌리기도, 현청사를 통합시청사로 결정한 의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도 없는,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 보면 청사 분할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은 마산의 민심을 달랠 선택 가능한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안이 시청사를 유치하고자 했던 마산의 민심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또 분리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반쪽 청사를 받아들이기도 힘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옛 창원의 입장에서도 이미 청사가 결정난 마당에 청사를 쪼개는 것이 불만일 수 있다. 청사를 쪼개면 이제는 우리가 분리운동을 벌이겠다는 말도 나온다. 진해도 반대하고 있다. 자칫 청사분할이 가져올 불똥 때문이다. 청사분할이 일파만파로 논란을 빚을 경우 어부지리로 얻은 야구장이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청사분할이 통합의 가치였던 행정효율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점을 든다. 청사를 두고 그토록 싸웠는데 이제 와서 분리라니라는 말도 나온다. 가까스로 청사문제를 매듭지어 힘들게 안정기반을 마련했는데 이를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논리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반대 이유를 접하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지역이기주의다.

 정도를 떠나 청사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분명히 있다. 분할이 될 경우 현 청사 주변의 식당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이 창원 쪽 의원들의 반대를 불러온 이유다. 혹여 야구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까 하는 진해의 우려도 지역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청사분할이 가져올 영향은 현 청사 주변 일부일 뿐 대다수 옛 창원지역은 청사와는 별반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창원지역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내년 선거에서 청사분할을 지켜보기만 했나 하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도 우려했을 것이다. 그런데 옛 창원지역 주민들 전부가 청사분할을 반대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반대할 마땅한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막연한 지역이기주의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통합 3년이 지나도록 지역이기주의가 처음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마산의 반대도 청사분할 찬성은 곧 분리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이적행위가 되고 이를 유권자들이 가만히 지켜만 보겠느냐는 데서 출발한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명분에 사로잡혀 더 큰 대의는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청사분할은 한쪽의 독식이 아닌 양보를 통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야구장과 청사 입지가 결정되기 전 시가 1.2청사를 고려한 것도 이때문이다. 주어진 자원은 한정돼 있고 수요는 많은 상태에서 자원배분을 원만히 하는 방법은 절반의 만족을 인정하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청사 유치에 목을 매다시피한 마산 쪽에는 상당한 위안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쪽은 정치권이다. 문제 있는 통합을 한 것도, 청사를 둘러싸고 싸운 것도 일부 시민단체를 빼면 정치인이었다. 지금까지 보여진 통합갈등의 축은 시민이 아니라 정치인이었다. 통합갈등을 만든 것도 그 갈등을 푸는 것을 막는 것도 정치인이 중심에 있다.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통합의 대의에 충실할 때다. 좁은 물에서 벗어나 대해(大海)로 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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