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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3.11.1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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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6)
 1951년에서 1952년 약 1년여간 나라는 6ㆍ25전쟁으로 모두를 헐벗고 꿈주리고 할때의 이야기다.

 나라가 가난하니 우리 집도 끼니도 반은 보리쌀이 섞인 밥을 먹었고 어떤 적에는 칼국수와 고구마, 감자 같은 것으로 때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먹을거리가 없어 굶어 본적은 없었다.

 한번은 어머니가 나와 형이 함께 먹으라고 하면서 날계란을 각각 하나씩 주어서 우리는 그것을 깨뜨려 먹었는데 동네 한 아이가 그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 졸지에 동네에서 “부진(최경탄의 본명)이는 부자라서 날계란을 먹는다”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사실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로 오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어머니가 맡아 하시던 만화 대여점은 개인시간도 뺏고 영업도 제대로 안되니 귀찮아지셨는지 중간에 만화 대여점을 그만두게 됐다.

 가게 문을 닫으면서 가게의 밑천인 50권 정도의 만화책은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나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게 됐다.

 형은 당시 모범생이라 그런 잡기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 만화책은 전부 내 몫이 된 것이었다. 요즈음으로 말해 거의 복권이나 당첨이 된 것 같은 심정이었다.

 나라가 극도로 가난한 시절 만화책 한 권 소장한 아이도 드문 시기에 만화책을 50권 소장했다면 아마 그 아이는 당시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행운아로 사실상 단순비교만 해도 국내에서 몇째 갈만한 큰 행운아였던 것이었다.

 나는 그 책을 한 말짜리 쌀 뒤주에 담아 두고선 동네 아이들 상대로 만화책을 1대1로 서로 빌려보기로 했다.

 동네 아이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자기 만화책과 동화책을 다 본 후에는 그것을 나에게 가져와서 바꿔 보기로 하는 형태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가져온 책을 내가 살펴보고 내가 보지 않는 책이면 내 쌀 뒤주에서 책을 서너권 끄집내 그 아이 앞에 깔아 놓고 보고 싶은 책을 고르라는 했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마음에 드는 만화책 한 권을 골라 가지고 갔다. 그리고는 다 보고 가져오면 내가 그 아이의 책을 대신 내어 주고 만일 그 아이가 나의 만화책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그 아이와 나는 결국 책을 바꾼 셈이 됐다.

 나는 그렇게 삼천포 읍내에 서점이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은 모조리 다 볼 수 있었다. 나의 만화책 독서량은 어마어마했다.

 그때 본 책을 열거한다면 동화책으로는 방정환 선생님의 ‘사랑의 선물’ 또 ‘덕배 단배’, 김용환 선생님이 삽화를 그린 ‘돈키호테’, 250쪽의 우리나라 만화 사상 최초의 고급 만화였던 김정파 선생의 ‘아ㅡ무정’을 비롯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만화책으로는 서봉재 선생의 ‘리엉터 탐정’, 일본 번역물인 ‘황금 마왕’, 한상학 선생의 ‘로이터군’과 ‘로빈슨 크로스의 모험’, 또 만화 사상 최대의 힛트작 일본 번안물인 ‘밀림의 왕자’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소장 하고 있었던 만화책을 한 권도 잃어버리지 않거나 남을 주지 않고 보관해 지금 가지고 있다면 지금 그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952년 이전의 한국 만화 시작할 무렵의 만화책 한 권의 가격은 2013년 지금 소장가들의 거래 가격으로 아무리 싸게 불러도 500만 원이나 그 이상일 것이다. 물론 더 귀한 책은 한 권에 수천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화성격의 동화책인 ‘덕배 단배’, ‘사랑의 선물’ 같은 책은 도서 박물관이나 가야 표지라도 구경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작품들은 말 그대로 보물들인 것이다.

 그러니 싸게 계산해도 500만 원짜리의 책이 50권이니 약 2억 5천만 원이 되는 것이다.

 이제 한국 전쟁이 끝나면서 만화는 폭발적으로 발전되다 우리 집에서 만화대여점을 그만둔 이후에 그것도 2년이나 3년이 겨우 지나면서 한국 만화 역사상 최고의 꽃을 피우던 한국 만화의 황금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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