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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 문제, 국제규약 따라야
부석사 불상 문제, 국제규약 따라야
  • 연합뉴스
  • 승인 2013.09.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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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부석사 불상의 일본 반환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에서 훔쳐온 충남 서산 부석사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한국 경찰에 의해 압수돼 현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일본 측은 원래대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2월 일본 관음사가 애초에 이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했는지 소송을 통해 확정될 때까지 일본으로의 불상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지난 27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과 회담 자리에서 이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일본 언론이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유 장관은 28일 광주에서 한ㆍ중ㆍ일 문화장관회의 합의문 서명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난 하거나 약탈한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는 국제규약의 기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유 장관은 이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경위가 "도난인지 약탈인지 등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판단부터 기다려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문화재 반환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국제규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규약에 따르면 소재국 정부의 허락 없이 문화재를 가져오면 이는 불법 반출에 해당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 불상은 엄연히 절도행위에 의한 장물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가져갔다고 해서 이를 불법으로 훔쳐오면 일본과 다를 게 없다.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문화재는 15만 2천915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6만 6천824점이 일본에 있다. 최근 5년간 환수한 실적은 27건에 불과하다. 올 들어서는 4건에 그쳤다. 정부 간 협상이나 국제협약, 민간 차원의 노력을 통해 문화재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규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이를 내세워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최근 미국은 덕수궁에 소장돼 있다가 한국전쟁 당시 참전 미군이 불법 반출해 간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을 62년 만에 한국 정부에 공식 반환했다. 경매에 나온 것을 한국과 미국 관련 수사기관이 몰수하여 한국에 돌려준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도 한국전쟁 당시 종묘에서 미군 병사가 몰래 가져간 조선 문정왕후 어보가 불법으로 반출된 사실이 분명하다며 한국에 반환할 의사를 밝혔다. 이는 박물관이 경매에서 사들여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소장품을 장물로 인정하고 자진해서 돌려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관례에 따라 상식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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