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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215>
제13화 금빛 격랑 <215>
  • 서휘산
  • 승인 2013.09.0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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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6)
 강성범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슬며시 돌려 곤혹스런 심정을 표시했다.

 “그래서 말이야.”

 강성범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일육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예. 의원님.”

 “나는 돈만세 회장을 만나볼 테니 당신은 지금 바로 마산으로 내려가야겠어.”

 “가서……?”

 “나팔호의 입을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이 사람아.”

 “아, 예.”

 정일육의 역정에 강성범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훔쳤다.

 “창원지검장 이용태가 나팔호하고 아삼육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쯤 우리만큼이나 불안할거요.”

 강성범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정일육이 말을 이었다.

 “그 이용태를 만나서 나팔호 얘기를 들어봐.”

 “특별면회를 하란 말씀이시죠?”

 “그렇지.”

 “그리고 입을 닫는 대가로 뭘 요구하는 지도 들어보고.”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리고.”

 정일육이 강성범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예. 의원님.”

 “작두를 시켜서 그년 행방을 알아보도록 하시오.”

 “누구……?”

 “아 해련인가 홍수련인가 하는 년 말이야.”

 “아, 예. …찾아서……?”

 “일단 보고하라고 해. 결정은 그 다음에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안기부장 이성채와 검찰총장 하태성이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선 것은 호출을 받은 지 20분 후였다. 실질적으로 국가를 이끌어 가는 4대 권력기관은 국가안전기획부ㆍ검찰청ㆍ국세청ㆍ경찰청이다. 이 네 기관이 건국이래 민초들에게 갈취해 간 돈만 고스란히 게워놓는다 하더라도, 국제통화기금의 암울한 지내는 벗어나고도 남을 것이다. 그 중 두기관의 수장이 불려온 것이다.

 “찾으셨습니까? 각하.”

 짜리 몽땅한 이성채는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그 눈에선 광채를 뿜고 있었다. 그 이성채가 먼저 도착인사를 했고 하태성이 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각하.”

 “어서 오시오.”

 대통령은 두 사람의 손도 잡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무언의 표시다. 대통령이 무너지듯 자리에 앉자 이성채가 조금 전 변용권이 잡았던 자리에 엉덩이를 갖다 놓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분부하실 일이라도…….”

 그러나 대통령의 시선은 그 옆자리에 앉은 하태성에게 가 있었다. 고수머리에 작은 눈과 작은 입을 가졌다. 전형적인 출세지향적 간신모리배에 마누라의 치마폭에 싸여 살 인상이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 임명은 했지만 정의의 상징인 검찰총수의 자리에 앉을 인물은 아니라고 대통령은 내심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시키는 대로만 해준다면야…….

 이윽고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나팔호 사건 말이요.”

 “예. 각하.”

 하태성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어디서 수사를 할거요?”

 “국민들의 관심이 큰 만큼 대검 중수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음.”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하태성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총장.”

 “예 각하.”

 “우리 검찰에게 있어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합니까?”

 “……?”

 갑작스런 대통령의 질문에 하태성의 표정이 어안이 벙벙했다. 대통령은 그 얼굴을 잠시 지켜보다가 침을 뱉듯 말을 쏘았다.

 “헛소리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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