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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213>
제13화 금빛 격랑 <213>
  • 서휘산
  • 승인 2013.09.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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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5)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그렇질 못했노라고, 그리고 지금껏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ㆍ퇴보되어 있는 것은, 고래로부터 권력과 부를 지나치게 독점해 온 수구세력이 양방의 균형을 현저히 깨뜨린 것에 그 원인이 있노라고,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가 정권을 잡은 지금 이런 사건이 터지다니…….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고 있는 비서실장으로선 대통령이 이렇게 고뇌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다.

 이윽고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변실장."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에 변용권이 죄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예. 각하."

 "피해자 백지한 씨는 지금 어디에 있소?"

 "저어. …마산 경찰이나 검찰에……."

 "좀 확실히 파악해 봐요."

 대통령이 언성을 높였다.

 "그 사람 부도내고 방황하던 기업인이요, 그런 사람의 가정을 현직 경찰청장이 파괴 시켰으니 민심이 어떻겠소?"

 "……."

 변용권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길게 숨을 뱉었다.

 "이거야 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대통령이 얼굴을 든 변용권을 씁쓰레 바라보았다.

 "국민들을 대할 면목이 없소."

 "……."

 변용권이 다시 고개를 숙이자 대통령은 불쑥 지시했다.

 "성명서를 준비하시오."

 "예?!"

 흠칫 놀란 변용권이 머리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국민 사과를 하겠단 얘기요."

 "아. 예……."

 "그리고……."

 "예. 각하."

 "안기부장하고 검찰총장 좀 들어오라고 해요."

 "둘이 함께 배석시키는 겁니까?"

 "그래요."

 "몇 시에?"

 "지금 바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하."

대통령의 심기가 보통 불편한 게 아닌 그 시간, 대통령 이상으로 놀란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국회의원 정일육이었다. 그가 두 손을 깍지끼고 앉아 있는 넓은 방은 깊고 무거운 적막에 덮여있었다. 만약 나팔호가 자신과의 관계를 검찰에서 불면 치명적이다. 모든 것이 박살나고 마는 것이다. 그의 깍지 낀 손이 달달 떨렸다.

 `세상에 믿을 여자 없다더니…….`

 그는 지금 밝은 별 하나가 떨어져 지구를 덮쳐버린 기분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청순해 보이던 그녀였기에…….

 `그 계집이 가슴에 칼을 갈고 있었다니…….`

 `이제 어떻게 한다…….`

 한숨을 내쉰 정일육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나팔호의 입도 무서웠지만 홍수련의 입도 무서웠다. 둘 중 하나만이라도 입을 열게 되면 자신은 끝장나고 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윽고 몸을 일으킨 그가 보좌관실로 연결된 인터폰을 눌렀다.

 "예. 의원님."

 그의 마음을 알든 모르든 여직원의 목소리는 언제나 상냥하다.

 "강보자관은?"

 "예. 계십니다."

 "들어오라고 그래."

 "예, 알겠습니다. 의원님."

 곧 보좌관 강성범이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그래. 앉아."

 정일육이 턱을 까딱거려 반대편을 가리켰다. 강성범이 엉거주춤 앉으며 무겁게 입술을 떼었다.

 "무슨 일이신지……."

 "이거 큰일 났어."

 "무슨……?"

 "아 나팔호 사건 말이야."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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