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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2>
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2>
  • 서휘산
  • 승인 2013.08.18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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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9)
  이윽고 사내들의 움직임이 같은 쪽으로 향했을 때 그녀는 몸을 홱 돌려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내의 사타구니를 강하게 차올렸다.

 “우욱!”

 사내가 불알을 쥔 채 풀썩 주저 앉았고 그녀는 입구 쪽으로 뛰었다.

 “이런 니미럴.”

 “잡아!”

 두 사내가 소리쳤고 나머지 사내들이 일제히 쫓아왔다. 튕기듯 도로로 달려든 그녀는 다가오는 택시를 두 손을 들어 잡았다.

 “무슨 일이오?”

 노란 옷의 운전사가 상체를 내밀어 확인하려 했으나 그녀는 뒷좌석으로 급히 올라탔다.

 “아저씨 빨리요.”

 운전사가 다시 힐끗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디로 가능교?”

 “그냥, 아무 데나 빨리 가주세요.”

 그 때 사내들이 택시로 달라붙었다.

 “야 이 쌍년아. 내려!”

 “아저씨 제발…….”

 수련의 말을 거의 우는 것이었다.

 “거 참…….”

 차를 출발시키며 내 뱉은 운전사의 불평은 누구에게 하는지 불분명했다.

 “쫓아라!”

 세 놈은 택시를 따라 달려왔고 나머지 대여섯 명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로 몰려갔다.

 “왜 쫓기능교?”

 운전사는 속도를 올리며 물었다. 수련이 대답을 않자 운전사가 다시 물었다.

 “유부남허고 바람 핏능교?”

 그 경황 중에서도 수련은 피식 웃었다.

 ‘바람? 바람은 바람이었구나…….’

 

밀대모자로 가려진 백지한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사흘 전 서울에서 내려온 그는 이날 아침을 먹은 뒤 경로당 노인들과 함께 화평스런 마음으로 감자밭을 매고 있다.

 무궁사의 논과 밭은 절 뒤 속칭 양지골이라는 산기슭에 있었다.

 햇볕이 천태산골 중에서는 가장 오래들고, 오른쪽으로는 풍부한 유량의 계곡이 흘러 정성만 주면 만족스런 수확을 주는 땅이다.

 모처럼 백지한이 허리를 폈다. 계곡 아래에서 때 맞춰 바람 한 점이 날아왔다. 상쾌했다. 그는 산골 평지를 휘 둘러보았다. 이 해에도 삼천여 평의 그곳엔 어린 고추, 깨, 상추, 시금치 등이 봄 햇살을 받으며 잘 커주고 있었다. 경노당 노인들이 유기질 농법으로 가꾸고 있는 자식 같은 농작물들이다. 절 내 대중들의 공양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이 것들은 농약과 비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싼 값에 도회지로 팔려나간다.

 새로이 책 출간을 구상하고 있는 백지한의 가슴은 파릇파릇 피어나는 새싹 마냥 푸르러 있었다. 하늘을 쳐다본다. 한가로이 떠가던 구름 이 태양의 따가운 빛을 가려주고 있었다.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허리를 굽히던 백지한이 문득 얼굴을 들었다.

 ‘응?’

 장삼을 휘날리며 오행자가 숲길을 뚫고 달려오고 있었다.

 “백거사님-!”

 

서마산 인터체인지 쪽으로 내달아가는 택시를 사내들이 검정색 그랜져가 가로막은 것은 북성초등학교 앞이었다. 운전사가 백미러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따돌릴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다급해진 수련은 지갑을 열며 말했다.

 “그럼 아저씨. 제 부탁좀 들어주시소.”

 “무슨……?”

 그녀가 백만원권 수표를 그에게 내 밀었다.

 “……!”

 사내의 눈빛이 변하고 있었다.

 “받으세요, 사례빕니더.”

 “……?”

 “제가 앉은 이 자리 방석 밑에 봉투 하나를 놓고 갈 테니 그걸 좀 전해 주이소.”

 이윽고 사내가 돈을 받아 들었다.

 “어디로?”

 “삼랑진 천태산에 가면 무궁사라는 절이 있습니더.”

 “무궁사?”

 “예. 그 절에 가서 주지스님을 찾으시면 됩니더.”

 “그라몬 빨리 내리소.”

 “꼭 좀 부탁하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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