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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선에 안 흔들리는 ‘내공’ 쌓았죠”
“다른 시선에 안 흔들리는 ‘내공’ 쌓았죠”
  • 연합뉴스
  • 승인 2013.07.0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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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종영 소감 밝힌 김태희
첫 사극 연기력 논란 아쉬워 ‘아픈 만큼’ 성장 계기 삼아
‘인간 김태희’ 초점 맞춰 살 것 작품성 있는 영화하고 싶어”

 “옥정이가 제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느낌이에요. 오래도록 이 느낌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SBS TV 월화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주역인 배우 김태희(사진ㆍ33)는 종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한 남자를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중전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바로 그 사랑 때문에 죽음도 마다치 않은 극 중 옥정의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1일 오후 중구 을지로에서 김태희를 만났다.

 마지막 회 촬영을 방송 당일 오후 4시까지 강행했다는 그는 잦은 밤샘 촬영과 잇따른 인터뷰 등의 일정으로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만큼은 잃지 않았다.

 “배우로서 이런 캐릭터를 또 언제 해보겠어요? 옥정은 마냥 착한 ‘청순가련형’ 캐릭터가 아니라 당당하고 자존심도 지키려는 인물이죠. 바르게 살려는 한 여자가 주변 상황 때문에 독기와 오기가 생겨 요부ㆍ악녀가 됐다가, 결국 원래 모습을 되찾고 죽음의 이르는 역할을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김태희는 “그동안 부족한 ‘독기’도 배우고, 이를 분출하면서 희열도 느꼈다”며 “연기의 매력을 느끼며 신나게 했다”고 지난 3개월의 대장정을 되돌아봤다.

 그러나 과정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드라마는 10% 안팎을 맴도는 시청률로 김태희라는 ‘이름값’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고, 방송 초반 ‘패션 디자이너 장옥정’이라는 설정을 두고 ‘설정 파괴’라는 지적도 감내해야 했다.

 특히 데뷔 후 처음으로 야심 차게 도전한 TV 사극에서 그를 따라다닌 연기력 논란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전에는 저에 대한 비판보다는 좋은 이야기가 훨씬 많았어요. 상처받아 ‘굳은살’이 배길 상황은 없었죠. 이번에 큰 굴곡을 겪으면서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나 할까요.”

 김태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판에 흔들리지 않고, 내 중심을 잡아가는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며 “그래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 배우, 혹은 한 인간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데 있어 큰 자산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래도 극이 후반부에 접어들어 대중에게 익숙한 옥정의 표독스러운 일면이 드러나면서 그의 연기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도 많았다.

 “‘착한 옥정’에서 ‘독을 품은 옥정’으로 바뀌고, 제 내면이 요동칠 수 있던 계기는 극 10회 중 장현(성동일 분)에게 언덕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에요. 제가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도, 민유중(이효정) 대감이 불을 질러 절 죽이려 하는 테러를 겪고서죠.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세상을 발아래 두고 부숴버리겠다’는 대사를 하면서 저도 ‘확’ 바뀔 수 있었어요.”

 그는 “착한 역할은 어려운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며 “그에 비해 악녀 역할은 표현의 폭이 넓어서 재미있다. 옥정이가 살아남고자 악행을 저지르고, 독해지는 모습에 시청자가 좋아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태희는 일각에서 제기된 무리한 설정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주요 역사적 사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중간 과정은 다 바꾸어보는 게 드라마의 본래 의도였다는 것.

 “원래 알던 것과 다르다 보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거든요.”

 김태희는 올해 33세, CF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13년이 됐다. 출연 작품부터 사적인 연애사까지, 대중은 13년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여 환호하기도 하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태희는 “앞으로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이런 쪽으로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배우로서의 앞날”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저는 그동안 유명한 것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어요. 유명인보다는 ‘인간 김태희’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려고 했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유명인으로서 기대되는 바가 있으면 이를 충족해야 할 의무도 있던 거죠.”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즐거워할 수도 있고, 내 흉을 보며 즐거워할 수도 있다”며 “어찌 됐든 엔터테이너로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내 역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작품성이 있는 영화를 해 보고 싶어요. ‘저게 김태희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센 역할로요. 사극도 물론 또 해보고 싶습니다. 단, 가체를 얹는 장면은 아니에요.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듯 너무 아파서 두통약을 먹으면서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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