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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이다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이다
  • 안상근
  • 승인 2013.05.28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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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최근 협동조합 설립 붐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천87개의 조합이 설립 신고를 했고, 이 중에서 943개가 인가됐다. 지방에서 더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에서는 100개가 넘는 골목가게가 뭉쳐 대형상점에 맞서고 있다. 동네 빵집, 시장 상인, 심지어 퀵서비스 기사도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대구도 이미 27개의 협동조합이 신규로 설립됐다. 월평균 5건 정도로 설립되고 있다. 대구다문화협동조합, 대구미용협동조합부터 요가강사 육성과 대중교육을 위한 활발한 요가 협동조합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주민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카페 운영자들도 토닥토닥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 설립이 활성화되고 있는 원인은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기본법은 협동조합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설립절차도 간소화했다. 5인 이상의 조합원 자격을 가진 자가 발기인이 돼 정관을 작성하고 창립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소재지 담당 시ㆍ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책을 만들고 있고 정치권에서의 관심도 많다. 따라서 누구든지 아이템만 있으면 간단한 절차를 거쳐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협동조합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일반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권익과 복지증진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도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할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에서는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많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AP통신, 알리안츠보험, FC바르셀로나 등이 협동조합이다. 특히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은 대표적인 성공한 협동조합이다. 뉴질랜드에도 키위 생산농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협동조합기업 제스프리가 있다. 썬키스트도 6천여 명의 오렌지 재배농민과 8개 협동조합이 중간상인의 독과점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판매 협동조합연합회다. 스위스의 미스로는 커피, 설탕, 비누 등 생필품의 유통이윤을 줄여 경쟁자보다 4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많은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최근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국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UN)이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것도 협동조합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협동조합은 민주적 운영절차, 조합원의 편익추구, 조합원 간의 상생과 협동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주식회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협동조합은 일반회사와는 달리 의사결정과정이 늦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속가능성만큼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LG 경제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협동조합의 성공요건으로 1) 강한 실행력으로 느린 의사결정 극복 2) 혁신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3)조합원의 신뢰로 투명성 확보 4) 사업체로서의 최소한의 적정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은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민주적 운영을 충실히 지킬 때만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한다.

 협동조합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특히 영세상인과 소상공인이 협력하면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맞설 수 있는 대응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 사회적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가 확대되고 자립적 생산복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어쩌면 협동조합이 오늘날 가장 큰 국가적 과제인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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