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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파격 행보에 전통주의자들 반발
교황의 파격 행보에 전통주의자들 반발
  • 연합뉴스
  • 승인 2013.03.3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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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소년원 세족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목요일에 교회의 전통법규를 무시하고 소년원을 찾아 이슬람교도를 포함한 소녀 두 명의 발을 씻어주는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AP가 30일 보도했다.

전통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자들에게만 세족례를 했던 전통을 깨고 여성에게 이를 행한 것은 전임 베네틱토16세 교황이 최우선시했던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되살리는 일을 저버리는 결정적 증거라고 비판했다.

독자가 많은 전통주의자 성향 블로그 중 하나인 `로라테 카에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족식에 대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바티칸의 전통을 되살리려고 8년간 노력했던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이후 그의 모든 행동이나 결정은 전통주의자들에게는 못마땅한 일의 연속이었다.

교황이 선출된 지난 13일 저녁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실리카 성당에 과거 교황들이 일종의 공식적 의무로 여기고 착용했던 붉은색 망토를 걸치지 않고 교황이 입는 카속만 입고 등장하는 등 교황의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물들에 대해 계속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추기경들의 충성서약을 받을 때도 전임 교황들처럼 받침대가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대신 추기경들과 같은 위치에 서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이후 이슬람교와의 대화를 촉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통주의자들은 종교 간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종교적 상대주의의 징표라는 점에서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슴에 다는 황금 십자가를 거부한 사실도 전통주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법을 만드는 수장으로서 이론적으로는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보수 논객인 지미 아킨은 "교황은 교회법이 어떻든 다른 사람의 허가 없이 예외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지지하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자체의 규율을 무시해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예외적 사례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가령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여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의식을 치른 것은 자칫 여자들도 가톨릭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와 그의 12명의 제자가 모두 남자였다는 측면에서 여성의 사제서품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명하게 여성의 사제서품에 대해 반대해왔다.

하지만, 교황이 직접 여성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행함으로써 그동안 남자에게만 세족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전통주의자들을 뒤흔들게 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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