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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우선 자격은 예비역 병장 아빠
총리의 우선 자격은 예비역 병장 아빠
  • 허균 기자
  • 승인 2013.02.13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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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균 사회부장
  이르면 내주 초 열릴 예정인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여야는 정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 전달되면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와 증인채택 등 일정 협의를 거쳐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홍원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 총리 지명자의 한 쟁점은 아들 우준 씨의 병역 면제 배경.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인 정 후보자의 외아들 우준 씨는 1997년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4년 뒤인 2001년 병역처분 변경신청을 하고 재검에서 디스크(수핵탈추증)로 5급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대학 시절 현역 처분을 받았다가 4년 만에 디스크 악화로 석사 과정 때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점이 병역 회피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우준 씨가 병역면제를 받은 2001년은 사상 최대 병역비리로 불리는 `박노항 원사 사건`이 터진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그러나 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우준 씨의 병적기록부와 병원진료 기록 등을 증빙자료로 제시하면서 "당시 정 후보자가 광주지검 검사장으로 병역신고 대상이어서 허위로 병역 면제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의적 병역기피 여부를 가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가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이마저도 자주 바뀌는 바람에 병역기피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부분의 병역면제 사유가 건강에 관련된 문제다. 사람의 몸은 심하게 아프다가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낫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듯 건강에 대한 병역면제 사유는 확인이 힘들고 들추기도 힘든 일이지만 총리 인준 청문회만 한다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토리 중 하나가 후보자 또는 후보자 자식의 병역면제 사유다.

 이명박 정부 이전은 차치해 두더라도 MB정부 들어서만 총리를 역임했거나 후보자로 지명된 이들과 그들의 아들 중 병역을 면제받은 이는 절반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사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 할 성스러운 의무 병역을,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이가 면제를 받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병역의 의무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다. 한 시절을 풍미한 가수 유승준은 병역기피 의혹을 산 이후 국내 공연은 물론, 입국마저 금지됐다. `강남스타일`로 일약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가수 싸이가 2번이나 입대를 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이 병역에 대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정 총리 지명자의 아들 병역면제 사유는 기피인지, 정상적인지 내주 열리는 총문회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진다.

 병역은 건강상의 이유나 또 다른 이유로 면제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나 후보자의 아들 절반가까이가 병역면제자라는 사실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국민들은 묵묵히 입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처럼 `국민의 의무`라도 이행한 이들이 고위 공직 후보 자리에 서기를 바란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해명은 병역의무를 필(畢)한 예비역들이나 아들을 둔 부모에게 공허함만 건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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