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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 고양시 세자매
비정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 고양시 세자매
  • 연합뉴스
  • 승인 2013.01.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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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하 월세방에 고립된 채 굶주림과 영양실조, 질병에 시달려온 10대 세 자매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여러 해 동안 부모와 떨어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어머니는 2001년 이혼한 뒤 연락이 끊겼고, 아버지도 5~6년 전부터 이들을 찾지 않았다. 아버지가 내연녀를 통해 송금한 월세 23만 원과 생활비 15만 원으로 연명해온 이들은 밥과 라면, 고추장으로 끼니를 때웠고 곰팡이 핀 방에서 난방도 못한채 지냈다. 자연히 영양실조에 걸렸고 각종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다세대주택 월세방에서 발견됐을 당시 둘째(18)는 잦은 발작과 허리디스크 증세를 보였고 막내(15)는 골다공증으로 다리가 부러져 하반신 마비가 온 지경이었다.

 이들 세 자매를 비참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1차적인 책임은 물론 부모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외면한 책임은 부모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에 있다. 세 자매가 거의 세상과 단절된 채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가족은 물론 이웃, 학교, 행정 당국, 어느 누구도 이들을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와 둘째 모두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학교에서는 이들의 가정 사정이 어떤지, 무슨 이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막내는 아예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는데도 이들이 어떻게 의무교육의 테두리에서 벗어났는지 누구도 모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아무런 복지 혜택을 주지 않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종교나 사회단체도 없었다. 어찌보면 긴 세월 방치된 세 자매의 모습은 나와 내 것만 챙기는데 급급하고 남과 이웃에게는 관심도 없는 비정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으로 비쳐진다.

 비참한 처지의 세 자매를 발견한 건 한 목사였다. 생활비에 쪼들린 첫째가 김 모 목사의 부인이 운영하는 인쇄공장에 취업 하려고 찾아가면서 이들의 사정이 알려졌고 김 목사는 주민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뒤늦게 딱한 실태를 파악한 고양시는 세 자매에게 전세 임대주택과 진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골다공증으로 하반신 마비증세를 보이는 셋째는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다. 시는 세 자매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월 103만 1천862원을 지원해주고 동생들은 가정위탁아동으로 선정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한 목사의 관심이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이들이 건강하고 밝은 삶을 되찾아 우리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세 자매에게 한없이 비정했던 우리 사회가 이제 잘못을 돌아보고 따뜻한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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