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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남긴 임기말 ‘측근 특사’
논란만 남긴 임기말 ‘측근 특사’
  • 연합뉴스
  • 승인 2013.01.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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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들끓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기말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한마디로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만을 내세운 ‘일방통행식’ 특사다.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한달 정도만 견디고 퇴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나몰라라 특사’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는 국민통합을 특사의 명분으로 제시했으나, 겨울 날씨마냥 차갑게 얼어붙은 부정적인 여론을 보면 통합 보다는 분열의 코드가 담긴 결정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명분도 실리도 살리지 못한 특사를 고집한 이 대통령의 하산길이 더욱 가팔라진 느낌이다.

 이 대통령은 특별사면안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한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때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고 상기하면서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동의를 표시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먼저, 임기말 특사 자체가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지적은 정치권 안팎에서 줄곧 제기돼 온 화두다. ‘미래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말 특사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도높은 주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면권은 남용됐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또한 권력형 비리사면은 없을 것이라던 이 대통령의 애초 다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특사조치로 훼손됐다. 두 사람은 권력형 비리의 상징처럼 부각됐던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듣기에 민망하고 거북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도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5명의 잔형을 면제해 주고, 친박계의 대표적 인물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를 복권해 준 이유가 ‘측근 특사’를 희석하기 위한 물타기 시도라면 ‘꼼수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MB정부 개국공신’들을 도와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특사를 강행했을 개연성이 있다.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법치의 실종과 사회정의의 전도를 걱정했다면, 나오기 힘든 발상이다. 새누리당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마저도 반대했다는 사실은 이번 특사가 ‘묻지마 특사’였음을 방증한다. 아무쪼록 박 당선인은 신ㆍ구 권력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가슴에 깊이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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