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의 경위와 대응 과정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누출 경보기 가 울린건 지난 27일 오후 1시22분. 불산 용액이 누출돼 방울로 떨어지는데도 삼성전자와 협력사인 STI서비스가 취한 조치는 고작 비닐봉지로 유출부위를 막아놓는 것이었다. 이후 10시간도 넘게 지난 밤 11시38분에야 누출이 일어난 밸브교체 작업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4시59분께 수리를 마쳤다. 그러나 한심하게도 수리에 나선 작업자들은 방제복 등 안전장구조차 갖추지 않았다. 그 결과 수리를 마친 작업자 5명은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중 박모(34)씨는 오후 1시께 숨지고 말았다.
삼성의 늑장 신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이 관할인 경기도청에 사고를 신고한건 28일 오후 2시40분께였다. 불산이 누출된지 만 하루가 넘어 사람이 죽고난 다음이었다. 그나마 소방서와 경찰서는 직접 신고를 받지 못해 초동 대처에 나서지도 못했다. 환경부와 관할 한강환경청 역시 뒤늦게 불산 탐지와 유해물질 제독작업을 벌여야 했다. 불산탱크의 가스킷이 낡아 유독물질이 새도록 방치하고, 불산이 누출되자 비닐봉지로 막아놓고, 방제복도 안입은 채 수리작업을 강행하고, 하루가 지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건 어느 것 하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은 그 사이 직원들에게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화학 사고 대응이 이처럼 허술했다니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화학 사고를 일단 숨기고 보려는 기업들의 잘못된 인식부터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의 원인과 사후 대처, 늑장 신고의 문제점을 밝혀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지자체의 유독물질 지도점검을 받지 않은데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삼성전자의 화학물질 사고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