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지명과 의혹제기, 인사청문회를 통한 소명의 과정은 한마디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은 30가지가 넘었다. 위장전입에서부터 관용차의 사적 이용, 석연치 않은 부부동반 해외출장,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까지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청문과정에서 ‘항공권 깡’ 같은 사안에서는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민감한 사안에서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일관성 없는 답변을 늘어놓아 스스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특히 청문회 막판에 쟁점으로 부각한 특정업무경비와 관련해서는 ‘관례’라는 답변 외에는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라는 것은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드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하는 공무원 경비 중 하나로 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은 특경비 사용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판이해 특경비는 일종의 쌈짓돈처럼 사용돼 왔다. 이 후보자도 이런 관례를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개인 돈과 공금을 뒤섞어 초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 사례 등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이제 시행에 들어간 지 10년을 조금 넘긴 인사청문회는 아직도 검증 기준과 원칙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혹자는 이런 식의 신상털기 청문회라면 세속에 발을 담근 인간 중에는 검증을 통과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한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도덕성이 왜 가장 큰 쟁점이 돼왔으며 국민들의 관심을 모아왔는지 성찰한다면 그렇게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국민들은 고위 공직을 맡을 국가지도자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기를 바란다. 또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은 국민의 ‘존경’을 배경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바람도 크다. 이번 인사청문회의 진통은 그런 목표에 다가가는데 쓰일 교훈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