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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영웅의 귀환 <50>
제5화 영웅의 귀환 <50>
  • 서휘산
  • 승인 2013.01.08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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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행복, 그 썰물 같은 (4)
 백지한이 방수암을 노려봤으나, 사실 그의 가슴엔 투지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투지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짜식. 너까지……."

 백지한이 방수암을 노려봤으나, 사실 그의 가슴엔 투지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투지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영봉이 출판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으나 그로써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지한은 턱을 괴고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봉이 침묵을 깼다.

 "미안하네."

 "뭐가?"

 백지한이 고개를 돌려 영봉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인제 막 자유를 되찾은 사람한테 떠맡기다시피 강요를 해서."

 "……."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

 영봉 일행이 쉬엄쉬엄 노고단을 넘어 엄청강변에 있는 방수암의 집에 도착한 것은 해거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집 저편의 푸른 강둑에서 빛깔 좋은 수탉 몇 마리가 몇 배수의 암탉을 거느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대자연의 본모습이 백지한의 온몸을 휘감는 장면이다.

 차에서 내린 백지한은 하늘 끝에 솟아있는 천왕봉을 올려다보며 가슴을 한껏 폈다. 장엄한 지리산의 봄기운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던 방수암의 아내 유관숙이 달려나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백지한의 손을 덥쑥 잡았다.

 "애쓰셨지예?"

 "애는요. 관숙씬 건강하군요."

 백지한이 환히 웃고 말을 이었다.

 "이 산골에서 고생이 많죠?"

 "전 좋습니더."

 유관숙이 눈물을 글썽이고 손을 놓았다. 그리고 영봉을 향해 합장을 했다.

 "스님도 잘 다녀오셨습니꺼?"

 "예. 보살님."

 "어서 들어가입시더."

 유관숙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앞장을 섰다. 하던 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방수암이 아내에게 물었다.

 "영걸이와 웅걸이는?"

 "냇가에 갔심더."

 "뭐하러?"

 "뭐하긴예. 천렵하러 갔지예."

 "녀석들 좀 많이 잡아 올랑가……."

 방수암 부부의 대화는 정감이 있었다.

 장엄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방수암의 집.

 사립문을 들어서는 백지한의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그 집은 누군가가 살다 오래 전에 떠나간 흙집이었다.

 돌담 아래 꽃밭에는 봄꽃들이 노란 싹을 틔우고, 손님을 맞은 새떼들이 감나뭇잎 사이로 소란스레 지저귀고 있었다. 헛간 쪽에 닭장처럼 지어놓은 움집이 있고 그 안엔 수십 마리의 토끼가 놀고 있었다.

 인기척을 들은 토끼들이 입구 쪽으로 몰려나왔다.

 한편 그 시간, 해변모텔 205호실이다.

 "이제 이틀밖에 시간이 없군요. 형부."

 격렬한 성행위 후 포만감에 젖은 이남주가 말했다.

 "이틀이라니?"

 이남주의 젖꼭지를 쓸고 있던 나팔호가 눈을 들었다. 노곤함이 그의 몸을 두껍게 짓누르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 놓고 즐길 시간 말예요."

 이남주가 일어나 나팔호의 가슴에 얼굴을 얹었다.

 "난 견딜 수가 없어요."

 "뭘?"

 나팔호가 이남주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형부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이남주의 말은 진심이었다. 정확히 말한다면 밤의 환락과의 이별이라고 했어야 했으나 그녀는 그렇게 표현했다. 그녀는 얼굴을 들어 그를 내려다봤다. 나팔호는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내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콩알만한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가 눈을 뜨며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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