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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경찰서 마구 부수는 나라가 어딨나
시민이 경찰서 마구 부수는 나라가 어딨나
  • 연합뉴스
  • 승인 2012.09.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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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이 경찰 지구대를 마구 부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진주에서는 지난 17일 밤 술에 취한 황모(41) 씨가 굴착기를 몰고 들이닥쳐 경찰 순찰차를 집어던지고 지구대 건물을 때려부쉈다. 경찰이 테이저건을 쏘며 저지하는데도 난동을 거듭하다 허벅지에 실탄을 맞고서야 38분만에 멈췄다. 주변의 가로등과 가로수도 굴착기 집게를 휘둘러 박살냈다. 연평도에서는 18일 오전 우모(50)씨가 자신의 지프형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해 파출소 출입문과 벽, 유리창 등을 파손시켰다. 우씨는 파출소에 들어가 경관에게 항의하다 밖으로 나와 차를 몰고 돌진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무법천지가 없다. 해도 너무했고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를 마구 부순 이유는 주차단속과 음주운전 처리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황씨는 주차단속에 항의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풀려난뒤 굴착기 난동을 부렸다. 우씨는 자신과 부인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이 많이 나오자 홧김에 파출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경찰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느껴 경찰서를 부수는 식이라면 대한민국에 남아날 관공서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사인간의 관계에서도 억울하고 분하다고 멋대로 폭력을 휘두를 순 없는 일이다. 하물며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상대로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법치주의를 허무는 이번 사건들은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라도 엄정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식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범인을 쫓거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경찰들이 곳곳에 있다. 박봉에도 묵묵히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경찰관이 대다수다. 이들을 고맙게 여기거나 격려하기는 커녕 마음에 안든다고 두들겨 패고 경찰서를 부순다면 우리 사회의 치안은 유지될 수 없다. 법치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경찰이 권위를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엊그제 인터넷에서는 빗속에 1인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에게 우산을 받쳐준 경찰관이 큰 화제가 됐다. 시민에게 군림하고 고압적인 경찰이 아니라 시민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의 모습이야 말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경찰이 매맞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 밖에 없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먼저 보일 때 국민적 이미지와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걸 경찰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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