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국회본회의에서는 법사위 차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자격이 확정되는 대법원장 추천 건을 처리한뒤 나머지 후보자 2명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인사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추천 안창호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 이마저 진행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안창호 후보자의 장모 재산 실소유권 등을 문제삼으며 “자료가 충분히 오고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보고서 채택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본회의는 연기됐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이후 ‘8인 체제’라는 위헌적 상황에서 운영돼 온 헌재는 일정 기간 기능 마비 상태로 빠져들게 됐다.
이런 사태는 헌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힐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5기 헌법재판소로 불리는 이번 헌재를 구성할 재판관에 대한 추천은 지난달 마무리됐고 국회가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키로 합의한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4명의 재판관이 동시 퇴임하는 날까지 보름을 남겨둔 시점이다. 이때문에 이들 후보에 대한 청문날짜가 이달 10일부터 연이어 잡혔고 국회 본회의 처리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만약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헌재의 공백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는 18일 강일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기다리고 있고 다음날인 19일 본회의에서 다시 한번 헌재재판관 인선을 마무리할 기회가 남아 있다. 이 기간에 의혹이 해소되고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면 헌재의 기능마비만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7인 이상이어야 위헌법률, 권한쟁의, 헌법소원 사건의 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3인 이상의 재판관만 채워지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새로 취임하는 재판관들이 적응할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이번 달 헌재 선고는 전부 미뤄질 공산이 크다. 여야는 인사청문회의 취지에 충실하면서도 헌재 전체를 마비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