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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문화의 변천
피서문화의 변천
  • 김명일
  • 승인 2012.08.0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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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명 일 문화ㆍ체육부장
 별 헤는 밤은 아름답다.

 김해천문대가 여름방학을 맞아 ‘한 여름 별축제’를 열고 별자리 이야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개관시간을 오후 2시부터 밤 10시 50분까지 연장하고 천문학자 초청특강, 야외무료영화상영, 실내별자리관측, 실외별자리관측 행사를 준비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한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으며 더위를 잊는 것도 좋은 피서방법의 하나 일 것이다.

 옛 어른들은 어떻게 피서를 했을까. 농사를 짓고 살았던 선조들은 사는 곳이 피서지였다. 사는 곳이 배산임수(背山臨水), 뒤쪽은 산으로 에워싸여 있고,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아 농사를 짓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피서지를 찾아 떠나는 일은 없었다.

 여름이면 농한기를 맞아 잠시 쉬기도 했는데, 주로 마을 정자나무 밑에 앉아 부채를 사용했고 과일을 나눠먹으며 더위를 잊었다.

 저녁이 되면 시냇물에 땀을 씻고 잠자리에 들 때는 대나무로 얽어 만든 ‘죽부인’을 이용해 잠을 청했다.

 또 옛어른들은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시작되면 보신탕, 삼계탕, 민어탕 등 보양식을 먹고 삼복더위를 이겨냈다.

 1920년대 여름은 어땠을까. 여름의 정취는 밤에 있다. 도회고 향촌이고 산곡이고 수변이고 간에 여름밤은 봄 아침, 가을 석양, 겨울밤과 같이 헤일 것이다.여름밤은 짧은 듯 하면서도 긴 것이다. 새로 한 시, 두 시… 밤 가는 줄을 모른다. 뒤뜰에서 목물한 후 앞마당에 모깃불을 놓고 평상에 걸터 앉아 부채질도 한가로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 반(半) 밤은 훌쩍 간다. 1920년대 발행됐던 ‘동광’여름호에 실린 염상섭의 ‘여름밤 량미만곡(凉味萬斛)’에 나오는 이야기다.

 70년대 여름밤은 평상에 모기향을 피워놓고 모기장안에서 별을 보며 잠을 잤다.

 어쩌다 찢어진 모기장안으로 모기가 들어온 날에는 잠을 설치기도 했고 그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모기 물린상처로 팔과 다리가 벌겋게 부어 올랐다.

 뙤악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어른들은 정자나무 그늘에서 모여 쉬었지만, 아이들은 불볕더위도 아랑곳없이 냇가나 바닷가에서 발가벗고 물놀이에 여념없었다. 물가에 놀다 지쳐 돌아오면 어머니가 우물가에서 몸을 씻어 줬고, 찬물에 채워놓았던 수박을 잘라줬다. 나무그늘에 앉아 수박을 먹다보면 낮잠이들었다.

 80년대는 산업화와 함께 ‘바캉스’ 문화가 확산됐다.

 산과 바다로 베낭을 꾸려 캠핑을 떠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A형 텐트를 배낭에 꾸려 산으로 해수욕장으로 떠났다.

 국립공원내에 야영장이 이었지만 쉬기좋은 곳을 찾아 온 산을 개간하듯이 파헤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땅을 파헤쳐 텐트를 쳤던 곳에는 다음해 봄이 돼도 풀이 자라지 않았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훼손된 곳이 복원되지 않자 휴식년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한번 망가진 자연은 쉽게 복원되지 않았다.

 2000년대 접어들어 피서문화는 체험형식으로 변했다.

 농촌체험, 옛문화체험, 생태체험 등 가족과 함께 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이 나왔다.

 농촌체험프로그램은 오전에는 옥수수 따기, 수박따기, 참외따기 행사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생태탐방을 하고 저녁에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원두막에서 모깃불 대신 전자모기향을 피워놓고 얼음을 채운 수박을 먹으며 여름밤을 보낸다.

 이제는 피서문화도 많이 변해 산과 해수욕장이 금연구역으로 정해졌다.

 공공장소 금연법이 제정돼 함부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 내년부터는 전국국립공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정상정복의 기쁨을나누며 담배를 피웠다가는 벌금을 내야 하고, 해운대 해수욕장도 금연구역으로 정해져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끽연의 즐거움보다 다른 사람의 쾌적한 휴가를 더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월따라 피서문화는 많이 변했지만, 변함없이 지켜야 할 것이있다.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줄서기, 내 쓰레기 되가져 가기, 음주로 인한 소란금지, 공공장소에서의 금연 등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피서문화는 모두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생활의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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