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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투항한 김병지
백기투항한 김병지
  • 김명일
  • 승인 2012.07.26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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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명 일문화ㆍ체육부장
 김병지가 지난 1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포항과의 경기를 앞두고 짐을 챙겨 함안축구센터로 되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이날 경기는 포항과 승점 1점차를 두고 있던 경남FC가 8강에 진입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8강은 상위리그와 하위리그로 구분하는 스플릿 시스템에서 상위리그에 포함되는 순위다.

 경남은 김병지 대신 백민철을 투입해 경기를 치렀으나 0대 1로 패했다.

 8강 진입을 열망했던 경남팬들은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이 ‘사건’을 놓고 경남FC는 군인이 전투를 앞두고 전선을 이탈한 ‘탈영’이라 간주했다.

 경남FC와 김병지는 연봉협상 과정에서 재계약(7월 1~15일 사이 협의) 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이 조항에 따라 김병지는 포항과의 경기에 앞서 최진한 감독에게 자신의 재계약 의견을 전달했고 자신이 원하는 답이 없자 경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경남FC 사무국장은 지난13일 김병지를 만나 구단주 공석과 메인스폰스인 STX의 후원금 축소 등을 이유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12월에 다시 협상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경남FC가 2006년 창단이래 최대의 경영위기에 처해있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중도사퇴로 주로 구단주가 공석에 있고, 전형두 전대표이사가 장기병환으로 사퇴하고, 권영민 경남체육회 상근부회장이 임시대표이사로 구단을 맡고 있다.

 메인 스폰스인 STX는 세계경기 위축과 조선업황 부진으로 연간 40억 원을 지원하던 후원금을 25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경남FC는 갑자기 후원금이 줄면 팀 운영에 큰 차질을 빚는다며 올해까지는 종전대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남은 경비절감을 위해 2군 선수들을 없애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조직을 쇄신하는 의미로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 전 직원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경남FC 선수들 중에서 김병지는 고액연봉자다. 고졸 출신 2군 연습생들은 연봉 3천만 원 정도에 입단하기도 한다.

 김병지는 연봉 3억 원에 경기수당, 승리수당 등 약 4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18일 구단 관계자 회의에서 권영민 대표이사는 “김병지 같은 고액 연봉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젊은 선수들이 본 받을까 두렵다”고 했다.

 김병지는 지난 포항전에 이어 지난 18ㆍ19 양일간 함안클럽하우스에서 실시한 훈련에 불참했다.

 지난 18일 훈련은 김병지의 사전 예고된 재능기부 행사로 불참해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지난 19일 훈련은 뚜렷한 이유없이 불참해 의혹을 키웠다.

 경남FC는 즉각 구단관계자 회의를 열고 김병지가 포항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선수의 본분을 망각한 중대한 일로 인사위원회 회부를 검토 중이다.

 또 김병지와 재계약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병지는 지난 22일 일요일 경남도체육회 사무실로 권영민경남FC 대표이사를 찾아가 “죄송합니다”며 “모든 것을 구단에 일임한다”며 사과했다.

 프로축구 열망으로 경남도민의 쌈짓돈 털어 탄생한 경남FC.

 경남FC는 이번 사태를 팬들에게 사과하고, 김병지는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경남도민과 축구팬들은 더 이상 ‘아마추어 같은 쇼’는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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