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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불면증
우울증과 불면증
  • 허정원
  • 승인 2012.02.2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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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정 원자미원한의원 원장
 손주영(29)씨는 자취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같이 사는 식구도 없어 퇴근 후면 항상 혼자라 외롭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도 멀리 있기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은 이상 만날 수가 없다. 이런 시간이 오래 되자 만사가 귀찮아 주말에도 집에만 있게 된다. 언젠가부터 이유 없이 몸이 축 늘어지고 기분도 우울해지면서 불면증 증상도 같이 나타나는 듯해 말로만 듣던 우울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질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경험했던 성인이 10년 전에 비해 63%나 증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는 비율이 15.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가 발달하면서 살기는 더 편해진 듯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신불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전 국민이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을 시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심한 스트레스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한 심한 상실감은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면서 몸이 늘어지고 식욕 감퇴, 짜증, 분노, 가슴 두근거림,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나타난다. 우울증의 대표 증상이면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것이 바로 불면증이다. 잠은 신체의 피로를 풀고 뇌를 쉬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우울증으로 잠을 설치면 그 다음날, 의욕 저하로 몸과 마음이 계속 축 처지게 되고 그로 인해 수면은 더욱 힘들어져서 다시 우울함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이처럼 우울증이 먼저 시작돼 불면증이 겹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불면증을 오래 앓으면 우울한 감정, 무기력감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신기하게도 우울증을 먼저 겪었던 사람이라도 불면증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다 보면 우울증까지 저절로 나아지는 경우가 있다. 잠을 제대로 잠으로써 감정의 회복을 돕고 다음 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숙면으로 피로를 회복해 여가 활동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경감되면서 우울한 감정을 잊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이고 꼼꼼하면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 그만큼 쉽게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큰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 없이 커 보이기 마련이다.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는 문제도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고 걱정하다 보면 잠깐의 우울감이나 불면증도 만성으로 굳어지기 쉽다. 이러한 성격이 오히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잠을 조금 못 자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와 수면제, 신경안정제가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무리 약한 약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복용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약에 대한 내성이나 중독이 생길 수 있다. 우울증 약을 오랫동안 복용해온 분들의 대부분은 체력 저하나 피로, 소화 장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게 된다. 우울증과 동반된 불면증을 치료하고자 준비가 안 된 몸을 억지로 잠재우려고 하니 위장이나 두뇌 활동 등 다른 장기들의 활동까지 억지로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때는 몸 안에 뭉쳐있는 열을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하는 처방으로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잠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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