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중진 의원들의 판단은 최고위원 3인의 사표를 반려하자는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사퇴압박을 거부했지만 한나라당은 당분간 홍준표 체제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갈등과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비상대책위를 꾸리거나 총선 선대위를 조기 발족시킬 수도 있고 아예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 4ㆍ11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그 과정에서 여권발 정계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정치는 대전환기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올 들어 4ㆍ27 재보궐 선거, 8ㆍ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잇단 패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당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못했고 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수행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건이 터지면서 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벼랑 끝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새 간판을 내건다고 해서 등 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올 리는 없다. 재창당을 하건 신당창당이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사람들만 다시 헤쳐모이는 형식으론 ‘도로 한나라당’이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집권여당의 위기는 국정 표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버린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신속하게 위기를 돌파하길 간곡히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