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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52>
꿈꾸는 산동네 <52>
  • 경남매일
  • 승인 2011.09.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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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발버둥 -2-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52>

슬픔 딛고 일어서려 발버둥치는 양례

 양례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 걱정이었다. 남편이 다녔던 회사에서 보상금이 지급되었는데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복은 혼자 힘으로 고등학교까지는 그럭저럭 다니겠지만 민석의 학비와 생활비는 지금 자신이 버는 떡장사로 불감당이 뻔했다.

 건성으로 하던 장사가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고 마침 점심 시간이 되자 떡 다라이를 이고 국수집으로 갔다. 그동안 몇 번 다녀왔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발길을 거의 끊고 있었다.

 "하이고 이게 누꼬? 동생 너무 하는거 아니가? 정말 이러다가 얼굴 이자 묵겄다." 국수집 여자가 양례를 반긴다. 양례는 국수를 주문하고 멍하니 앉아있다. 요즘 들어 잠시만 시간이 나면 온갖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국수를 말아 내주던 여자가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양례를 바라본다.

 "와? 동상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갑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전에도 그렇게 일러 주었더만 무슨 일인지 이 언니한테 해 보거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란지 어찌 알끼고?" 국수를 한 젓갈 먹다말고 양례는 여자를 쳐다본다.

 "언니 어디 장사 할만한 데 없겠습니꺼? 여기저기 옮겨 댕기는 행상이 인자는 하도 지긋지긋 몸서리 쳐져서." "동상도 인자 그렇게 말하는 거 보이니까니 장사 이골이 트일 모양인갑다. 첨에는 장사하는기 영 안 어울린다 싶더니만 앞으론 천상 장사 해묵고 살 팔자 인갑다." "언니 한번 알아봐 주이소. 요즘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 미치겠어예." "하이고 그렇게 신경써서 돈 벌어 어디다 쓸라꼬? 신랑도 벌끼고 동상이 번 돈은 반찬값과 아들 용돈값이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되었다고 ? 그라고 한군데 정해서 장사 할라카먼 권리금이다 전세금이다 해서 돈이 많이 필요할낀데." "언니 실은 아 아부지가 갔습니더. 그것도 아주 먼 세상으로." "아니 뭐라 카노? 지금 농담하나. 신랑이 몇 살이나 묵었다고 벌써 죽었단 말이고?" "언니 사고로 그렇게 되었습니더." "아이구마, 이거 우짜면 좋노? 내 그것도 모르고. 동상 미안테이. 진작에 연락하지 그랬나, 내 문상이라도 가야 하는 긴데?" 여자가 양례에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았다. 양례는 이 대목에서 다시 슬픔이 치밀어 올라 꺼이꺼이 울음을 삼켰다.

 잠시 진정이 되어가고 마침 여러 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여자는 바빠졌고 양례는 놓았던 젓가락으로 남은 국수를 후루룩 먹어치웠다.

 양례가 바빠진 틈에 눈치가 보여 자리를 뜨자 국수집여자가 말한다.

 "나중에 저녁답에 다시 오거래이. 아까 했던 애기 마저 하게." "언니 나중에 또 오겠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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