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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9>
꿈꾸는 산동네 <49>
  • 경남매일
  • 승인 2011.08.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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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장례 -2-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는 동출

다음 날 이었다. 동출은 이군과 한조가 되어 전 날 다 못했던 B동 외벽공사를 맡았다. 십장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벽공사 강행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꾸무럭대던 날씨가 오전 참 시간이 지나자 결국 한 두 방울 비를 긋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고 동출은 화이바를 타고 내려와 눈속으로 스며드는 빗 방울을 훔쳐댔다.

“김 반장님. 비가 오는데 그만 내려 오시지예. 이렇게 비가 오는데 외벽은 무립미더.”

이군이 독촉하는 소리를 잠시 들었는가 싶었는데 동출은 순간 아찔했다. 어젯밤 악몽을 꾸며 잠을 설친탓에 평소 앓아오던 두통이 더욱 심 해졌고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동출이 아시바에 걸터앉으며 얼기설기 엮어놓은 쇠파이프를 붙잡았다.

“괜찮습니꺼?”

이군이 건물 안에서 그런 동출을 올려다보며 걱정이 되어 물어오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동출은 자꾸만 어질해지는 머리를 가다듬고 일어섰다. 부우웅 하늘을 떠가는 기분이었다. 아시바를 밟고 몇 발짝 옮기는 순간 그만 헛발을 내딛으며 기우뚱 했다. 건물 안쪽 바닥에서 시멘트를 섞고 있던 이군이 놀라 달려와 건물 밖을 바라보았을 땐 동출은 이미 추락한 뒤였다.

이군은 고함을 치며 계단을 통해 건물 아래쪽으로 내달렸다. 건물 아래엔 이군의 고함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그 속에 종복도 있었다. 종복이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동출에게 절규하듯 소리를 내지르며 다가갔다.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해서 발만 구르고 우왕좌왕 했다. 십장이 현장에 나타났다.

“모두들 병원 앰뷸런스는 부르지 않고 거기들 서서 뭣해. 쯧쯧 사람들 하고서는….”

십장이 사무실로 달려가 급히 연락을 취했다. 십 여분도 채 되지 않아 삐용삐용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병원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동출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심한 발작을 한차례 일으킨 후 잠잠해졌다. 병원까지 끝까지 동행했던 종복이 “이미 숨이 멎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동출의 죽음이 실감났다. 종복은 순간 이 모든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앞이 캄캄해지고 난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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