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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37>
꿈꾸는 산동네 <37>
  • 경남매일
  • 승인 2011.08.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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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현실순응자 -3-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민복의 도전정신

 민복은 대답없이 말자의 얼굴만 웃음 띤 얼굴로 일별한 뒤 다시 음식을 먹기에만 열중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지나간다.

 "언닌 나중에 세월이 지나, 아니 다시 말해 한 십년쯤 지나면 뭘하고 있을 것 같아?" "근데 그걸 와 묻노 민복아. 민복아 니가 새삼 그렇게 물으니까니 내가 할 말이 막히잖아." "글쎄 언니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지도 않아? 십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지고 말이야 호호." "골치 아프게 십년이나 지나서 있을 생각을 뭐하러 할라카노?" 민복은 그렇게 말하는 말자를 빤히 쳐다본다. 본인도 그런 화두를 먼저 꺼냈지만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렇더라도 분명한 기준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에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단 다른 방향으로 빨리 벗어 나고픈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민복의 시선에 말자는 잠시 쑥스럽다. 그래도 뭔가는 이야기 해주고 싶다. 민복은 학교진학에 대한 자신의 물음에 아직 답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학교 가는기 맞느냐고 물었을 때는 대답안하고 골치 아픈 장래 이바구는 말라 하노?" 말자는 민복에게 재차 채근한다.

 "언니 다음 달에 나 입학하기로 했어. 낮엔 회사에 있고 야간학교로." "어! 그렇구나 결국은. 아무튼 대단하고 대견스러워." 말자는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민복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자신으로선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저녁에 학교에 가야하는 민복의 처지가 걱정된다. 자기에게 해보라고 하면 당장 거절할 것 같다. 공부에 그렇게 미련도 취미도 없지만 두가지 일을 소화하기엔 자신은 정말 자신 없다.

 민복이 느닷없이 미래에 대해 물어온 사실에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직장일 마치고 저녁에 학교에 갈라카면 힘들어서 우짜노?" 말자가 솔직한 심정으로 걱정해준다.

 "언니 나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단단히 각오가 돼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인데 그 까짓 힘든 일이야 이겨 내야지." 미래의 꿈에 대해 상상만 해도 즐거워 지는 민복이다. 자신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꿈은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대략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다. 공부가 뒷받침 되는 게 우선이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에도 가고 싶다. 약간 늦은 공부지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선택할 쯤이면 전공도 드러날테니 그 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싶다.

 민복이 이런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말자는 직장에서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차지했던 반장에 대한 미련도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부풀어 올랐다 사라져 버렸다.

 좀 싱거운 생각이지만 자신도 반장에게 잘 보여 우수직원으로 뽑혀 부상품을 받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완성반에 오래 근무한 뒤였던 터라 재단반에 빨리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한동안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회사에 대한 적개심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부서를 옮긴지 석달 째로 접어든 요즘은 아예 재단부가 자신의 체질에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응을 해 버렸다.

 하루 하루 쳇바퀴 돌아가듯 단순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자신은 변화있는 환경보다는 안정적인 그런 분위기를 선호했다. 그래서 인지 환경을 변화하고자 하는 민복의 도전 정신은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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