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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가 두 손 든 수정산단 사태 무엇을 남겼나
STX가 두 손 든 수정산단 사태 무엇을 남겼나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5.17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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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상처만 입은 패자
▲ STX는 수정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3여 년에 걸쳐 추진해오다 결국 손을 들어 수정산단 사태 당사자 모두가 패자인채 깊게 패인 상처만 안게 됐다.
주민들 회복 어려운 반목
추진 기업이미지 치명타
창원시 행정ㆍ정치력 부재

 STX가 3여 년에 걸쳐 추진해오다 결국 손을 들고 만 수정산단 사태 당사자는 모두가 패자인채 깊게 패인 상처만 안게 됐다.

 마을주민들은 친인척간에도 원수처럼 지낼만큼 갈라져 버렸다. 창원시는 STX에 끌려다니다 결국 포기라는 막장으로 치닫게 한 행정력 부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STX도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누구 하나 승자는 없는 채 패자만이 남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을 추진하면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 지를 STX 수정사태는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 수정마을 “눈길만 마주쳐도 얼굴을 돌려버립니다”STX가 발을 뺏다는 소식을 접한 수정마을 현지에서는 3년전이나 다름없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마음의 거리가 그대로 느껴졌다.

 반대측은 ‘당연한 결과’라며 반기면서도 “돈에 눈이 멀어 마을을 팔아 먹어려고 했던 사람”이라며 찬성측 주민들에 대한 적개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찬성측도 반대측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했다.

 서로가 “원수지간처럼 지낸다”고 했다.

 백 모(83)할머니는 “찬반으로 갈라진 친동서지간에 말도 하지 않는다. STX가 돈으로 마을주민들을 갈라놨다”고 했다. STX가 산단전환을 추진하면서 찬성측에 200만 원, 산단 전환 후 마을기금으로 세대마다 1천만 원,최근 설명절을 앞두고 500만 원 씩 돈을 찬성측에 건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을주민들은 “누구는 돈을 받고 누구는 돈을 받지 않았다는 차이가 서로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인정했다.

 “돈에 쪼들려, 찬성하지 않으면 세를 올리거나 집을 비워야 한다는 집주인 압력에, 돈 몇 푼 때문에 양심을 속이고 고향을 팔았다”고 찬성측을 성토했다. 다른 한측은 “마을을 발전시켜 자식ㆍ손자들이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찬성했는데, 반대측이 막무가내식 고집을 부려 ‘수정사람들은 바보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고 했다.

 험악한 마을분위기는 주민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마을 우체국의 한 직원은 “우리는 아무말도 할 게 없다”며 차칫 튈지도 모르는 불똥을 경계했다.

 △ STX 결과적으로 보면 STX도 피해자 아닌 피해자다.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 공장 지으려다 3년동안 고생만 하다 결국 두 손든 꼴로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이주보상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STX가 보여준 행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주민들은 “26개 민원사항 중 한가지도 해결된게 없다.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때그때 돈으로 주민들을 무마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민원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적도, 주민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적도 없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시간만 끌다 결국은 땅장사를 하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단초도 STX가 제공했다. 땅은 남았지만 6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놓고 명예만 실추한 셈이다.

 △ 창원시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주거지역을 산업단지로 변경을 추진한 것 자체가 파국의 씨앗을 뿌렸다. 또 추진과정에서 찬성측과 STX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한 행정을 편 것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특히 민원문제 해결에 있어 STX만 쳐다보며 제대로 된 행정력과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STX가 산단추진의사가 있는 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창원시가 STX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비판도 이래서 나온다.  <오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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