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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권력 이동인가
누구를 위한 권력 이동인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5.08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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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구경거리 가운데는 불구경이 최고다. 그래서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런데 불구경 못지않게 재미있는 게 또 있다. 싸움 구경이다. 싸움은 싸우는 장본인들이야 얻어터지건 말건 상관없고 재미도 그만이다. 그래서 불난데 부채질 하듯 말리는 척 해도 부아를 돋워 판을 키우려는 구경꾼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이 재산 다툼이나 지위(자리) 다툼, 권력 다툼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구경꾼(국민)들에게 까지 옮겨 붙어 생각하지도 않은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 경영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권력 다툼에 이르러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국기(國基)와도 연관되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다.

 요즘 한나라당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영락없이 그 짝이다. 한나라당은 4ㆍ27 재ㆍ보선에서 참패한 후 비주류의 과녁은 청와대와 친이계 등 주류로 향한 모양새다. 쇄신, 개혁, 새 물결 주장 등 모든 잘잘못은 주류를 향한 목소리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로 비칠 뿐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것이 국민들에 눈에 비친 형상이고 청와대나 친이계 쪽으로 독설이 향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한나라당의 권력다툼으로 비칠 뿐이다. 그것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자신의 입지를 노린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결과는 친이계 주류 중심의 당 운영에 거부감을 나타낸 결과다. 한나라당 황우여(64)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4ㆍ27 재보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주장해 온 의원 그룹과 친박계 의원이 지지, 친이계가 2008년 4월 총선 이후 3년간 장악해 온 한나라당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모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위기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또 초선인 모 의원은 "한나라당 역사상 초ㆍ재선 그룹이 앞에 나서 권력을 이동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선호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주류대 비주류, 친박대 반박으로 갈라지고 친이계도 이상득 및 이재오계로 분파되는 등 계파정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각 계파의 주장을 두고 국민들의 눈에 비친 구경거리는 한나라당 권력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판단이다.

 따라서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원동력은 친박계 지원과 친이계에 등을 돌린 그룹의 연대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 대선 후보로 박근혜가 최선이다, 아니다`를 결정한 선거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소장파그룹은 "정권 재창출이란 목적을 위한 주류 교체일 뿐이란 주장이다. 따라서 재보선의 참패를 계기로 촉발된 한나라당 쇄신의 물결은 쓰나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들의 연대도 또 다른 분화를 잉태한 상태여서 향후 전개될 한나라당의 주도권다툼은 분명 구경거리다. 하지만 물가고, 실업대란, 전세난 등 서민의 가슴팍을 옥좨 구경할 여력도 없다. 재보선의 결과는 모두가 쇄신의 대상인 것 같은데 누가 누구를 향해 쇄신을 요구하는지 답답하다.

 초파일을 맞았다. "부처님 위해 공양하나? 제 몸 위해 공양하지"란 노스님이 생각난다. 세상은 요지경이라지만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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