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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갈등’ 무엇을 남겼나
‘이원수 갈등’ 무엇을 남겼나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4.1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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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사회부 부장
 창원시의 재정지원으로 촉발된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12일 기념사업회의 보조금 반납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 사태의 전말을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진실보다는 시 재정이 지원되게 된 배경과 그 이후에 벌어진 갈등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태도에 방점이 있다.

 몇개의 작품만으로 친일작가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지나친 흑백논리다는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친일작가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음을 볼 때 진실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친일을 떠나 이원수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고향의 봄이 창원시의 대표브랜드가 될 수 있는 소증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데도 시민들간에 반목과 갈등이 빚어지게 된 것은 반대측 논리대로 표현하면 친일작가 기념사업에 시가 시민들의 세금을 지원한데 있다. 친일작가 기념사업에 시민들의 혈세를 지원해서야 되느냐는 문제제기는 기념사업회측에서도 공감했듯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으로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게 됐는 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달간이나 통합창원시를 내홍으로 몬 이 사태를 보조금을 반납했다고 해서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이원수 기념사업 파문은 지난1월24일 이원수 선생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선포식과 흉상제막식에서 박완수 창원시장의 ‘대표브랜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발언이 보조금 지원과 맞물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도화선이 된 브랜드 발언 내용이 창원시와 기념사업저지 시민대책위원회간에 서로 엇갈린다. 대표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창원시는 ‘고향의 봄’이라고 주장하는데 비해 대책위는 ‘이원수’라고 한다. 기념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또는 보호하기위해 발언을 왜곡한 쪽은 혼란과 갈등을 야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시 원안대로 예산지원을 승인해 놓고도 문제가 되자 예산지원은 안된다고 태도를 바꾼 일부 의원들이다.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사과는 했지만 친일작가에 시민혈세 지원은 안된다며 시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적절한 모양새가 아니다.

 창원시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다 반발이 거세자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기념사업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여론조사 결과를 100% 수용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여론을 반영, 시 지원 철회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오죽하면 기념사업회가 “상생의 카드를 제시해야 할 창원시가 왜 뒷북을 치는 지 알 수 없다. 소모적이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했겠나.

 시 재정지원이 문제가 됐던 만큼 창원시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게 맞았다. 고향의 봄이 포기할 수 없는 큰 문화적 자산이라도 해도 우리민족의 아픈 상처인 친일문제와 결부돼 있다면 보다 조심스럽고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많은 과제를 던져줬다. 친일행적과 그 사람이 쓴 작품을 별개로 볼 수 있는 지,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친일행적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지, 친일에 무감각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아직도 친일은 현재 진행형임을 일깨워준 사건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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