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令이 안서면 레임덕 가속화
令이 안서면 레임덕 가속화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3.21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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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이사/취재본부장
 경상도의 기질은 의리로 통한다. 직설적이지만 유한 편이다. 으름장을 놓고 호통도 치지만 상대방이 손을 내밀면 그 손도 잡아 준다. 다툼에도 끝장을 보는 기질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다반사다. 또 그리 사납거나 모질지도 못해 우유부단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정작 심기가 뒤틀리면 통제 불능이다. 됐다, 그만해라는 말의 단답식 응대는 잔뜩 화난 표시다. 그 정도면 다가서기가 쉽질 않다.

 상대가 계속 억지를 부릴 경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경상도의 이런 정서는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경남의 정치지형을 보면 그 면모가 훤히 드러난다. 집권당의 텃밭이란 영남은 한나라당 공천만으로 꼬챙이를 거꾸로 꼽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경남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도민의 정서를 무시한 공천권행사, 경남의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경남도민으로부터 외면당한 민심의 부메랑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갔다. 야권 도지사와 시장 군수, 도의원이 당선되는 등 정치지형마저 바뀌었다. 선거판은 민심의 척도다.

 하지만 그 민심을 아직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집권여당에 경남도민들은 잔득 화가 나 있다. 미래를 위한 국가전략이 수도권 중심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정치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다.

 인력, 기업, 자금 모두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로 지방경제는 고사 직전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지방의 생산가능인구수는 수도권(1천588만 2천 명)보다 194만 명가량 많았지만 현재는 오히려 76만 명이 적고 2030년에 1천386만 5천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자금의 역외유출도 심각하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지역밀착형인 제2금융권마저 수신고(2009년) 213조 3천억 원 중 36.5%인 77조 8천억 원이 수도권 여신이나 투자로 빠져나가는 등 지방경제 회생이 시급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3년째 미뤄 영남권의 분란을 자초토록 한 수도권 중심사고다.

 또 경남의 현안이며 균형발전을 위한 LH의 진주혁신도시 일괄이전, 창원의 과학벨트도 질질 끌고 있다. 정부는 갖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속내는 연기 또는 무용론임을 예단할 수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많은 지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 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그 원인이 수도권 중심사고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영남권 및 여권 내 갈등을 경계 "국책 사업에서 정치 논리는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공항 입지결정을 둘러싼 갈등 해소는 정치적 판단이 요구된다. 4ㆍ27재보선을 이유로 연기한다면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다.

 경남도민의 화난 표심은 자명하다. 정치인이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은 자기회피다. 매우 그럴듯하고 고상한 것 같지만 텅 빈 격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동남권에 새 공항을 만들어 글로벌 시대에 대비, 인구 및 물류 이동에 전기(轉機)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따라서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영남권의 사생결단식 경쟁, 여당내의 갈등에 대해 유치경쟁을 탓할게 아니다. 약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그 논쟁에 마침표를 찍도록 해야 한다. 너무 정치적이란 말도 정치행위에서 정책이 추진됨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는 경제논리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와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는 국가발전을 위해 3월 말로 예정된 신공항 입지평가 발표는 지켜져야 한다. 재검토, 김해공항 확장 등은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지방 죽이기다.

 청와대는 올해 신년 화두를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정했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이다. 집권 막바지 4년차인 올해, `매끄럽게 이뤄내자`는 사자성어의 실행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영(令)이 선다. 영(令)이 서지 않으면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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