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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 로맨틱코미디란 이런 것
'시크릿가든', 로맨틱코미디란 이런 것
  • 경남매일
  • 승인 2011.01.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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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35.2% 기록하며 해피엔딩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스턴트감독이 되어 왕자와 세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인생의 마법 앞에서 인어공주와 왕자는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냈다.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엣지있고 세련된 작품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했다.

   하지원, 현빈 주연의 SBS TV 주말극 '시크릿 가든'이 지난 16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35.2%(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작년 11월13일 17.2%로 출발한 이 드라마의 20부 평균시청률은 24.4%로 집계됐다. 그러나 체감 시청률은 50%에 육박했다.

   '시크릿 가든'은 마지막회에서 김주원(현빈 분)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길라임(하지원)과 결혼하고, 세월이 5년 흘러 두 사람 사이에 세 아이가 태어나 행복하게 잘 사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오스카(윤상현)와 윤슬(김사랑)도 연애 15년 만에 결혼을 약속하며 핑크빛 미래를 예고했다.

   까칠한 백만장자 김주원을 중심으로 씹을수록 맛이 나는 대사와 쫀득쫀득한 캐릭터 등으로 방송 내내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은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상한 나라에 간 인어공주, 신데렐라가 되다 = 백만장자 왕자님 김주원과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을 내세운 '시크릿 가든'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김주원 왕자님은 입만 열면 '사회 지도층'의 책임과 의무를 설파하려는 까칠하고 거만한, 때로는 유치한 모습으로 처음부터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기존 드라마 속 왕자님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여주인공 길라임 역시 가녀리고 여린 처자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는 스턴트우먼으로서 강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 신데렐라들과 차별화됐다.
방송 내내 '인어공주'의 비극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마법을 강조했던 드라마는 이렇듯 출발부터 다른 두 주인공의 캐릭터 온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그들에게 동화를 비트는 상상력을 덧칠해 동화보다 더한 마법을 선사하며 '뻔하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얼마든지 다르게 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릴러 같은 판타지 vs. 사실적인 대사 = 시크릿 가든'은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를 코믹함을 넘어 스릴러의 장치로 활용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영혼의 뒤바뀜이 그저 황당함에 머물지 않고, 재벌 2세가 가난한 여자의 삶을 이해하게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기회를 주고 나아가 생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는 장치로 활용되면서 이 드라마에서 판타지는 극적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더불어 끝까지 드라마를 관통한 김주원의 과거 사고와 그로 인한 기억상실에 얽힌 비밀 역시 둘의 영혼이 여러차례 바뀌는 과정을 통해 밝혀지면서 판타지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기능을 했다.

   이렇듯 한쪽에서 비현실적인 장치를 가동한 드라마는 다른 한쪽에서는 '이보다 사실적일 수 없는' 대사를 통해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드라마의 다리 한쪽을 땅에 붙이게 하며 판타지와 현실의 균형을 잡았다.

   김주원과 길라임, 오스카와 윤슬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내뱉은 말들은 물론이고 특히 김주원의 엄마인 문분홍 여사가 길라임을 향해 쏟아낸 독설들은 모두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어 고드름이 될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길라임은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만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거야' 등의 달달한 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처럼 문학에 기댄 사랑의 언어들도 넘쳐났지만 드라마는 그보다는 막 갈아 시퍼런 칼날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직설적인 어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점 역시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도 대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책.OST 대박..주연 4인방 재발견 = 현빈, 하지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정상의 위치를 다시 한번 굳건히 다졌다.

   둘은 김주원과 길라임으로 완벽하게 빙의돼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고, 연기자로서 앞으로의 발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윤상현 역시 허랑방탕한 한류스타 오스카를 맛깔스럽게 연기하며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에 이어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고, 자칫 대표작 없이 사라질뻔했던 김사랑은 이 작품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드라마의 인기로 극중 등장한 책과 OST는 대박이 났다. 드라마는 극에 등장한 시집의 출판사였던 문학과 지성사에는 예상치 못한 '로또'의 기쁨을 안겨줬고, 정식 협찬 계약을 맺은 민음사 역시 대박의 기쁨을 누리게 했다.

   또 현빈을 비롯해 백지영, 김범수, 성시경 등이 부른 OST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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