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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이 웬 구걸" 냉대
"멀쩡한 사람이 웬 구걸" 냉대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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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노숙인 100여 명
마음의 상처 치유 … 사회 일원 되도록 애써야

 노숙인에게는 네 가지가 없다. 집과 가정, 도와줄 사람, 자존감 그리고 꿈이다. 삶과 정신이 망가진 노숙인에게 작은 삶의 변화를 주고자 애쓰는 권 순기(50ㆍ마음경영컨설턴트 원장)씨. 그는 노숙인에게 없는 네 가지를 심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권순기 원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10명 안팎의 노숙인이 그의 사무실을 찾아 오면 반갑게 맞는다. 권 원장은 그들의 동강 난 삶에 관심을 두고 가슴으로 그들의 아픔을 들어 준다. 노숙인들 사이에서 권 씨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통한다.

 권 원장은 "노숙인들은 내면의 상처가 많기 때문에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줘야 한다"며 "삶을 포기한 노숙인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1997년 IMF사태 이후 모순된 사회 구조의 희생자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노숙인들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마음 닦는 훈련을 시키고 반복해서 인문학 등 강의를 통해 작은 변화지만 그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권 원장에 따르면 통합 창원시에는 노숙인이 100여 명이 있다. 이 중 60~70명은 하루 목표 만원을 벌기 위해 7∼8시간을 여기저기 걸어다니는 그런대로 `건전한 부류`다. 나머지 20~30명은 그나마도 포기하고 역ㆍ터미널에서 죽치고 앉아 말 그대로 놀고먹는다. 노숙인 절반 이상은 중증 알코올 중독이며 그들 중에 일부는 행려자 수용소에 강제로 보내 지기도 한다.

 권 원장은 "노숙인의 삶이 우리와는 아예 별개로 보기보다 그들도 우리가 품어야 할 사회 일원으로 받아드려야 한다"며"우리도 꿈이 없고 자존감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노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주민등록이 말소돼 의료보험 혜택도 못받는다. 그리고 직업을 가지려 해도 신분 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노숙인들은 무료급식소에 가도 어른신들이 대부분이라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가기를 꺼린다.

 권 원장이 2년여 동안 상담하며 상처를 닦아 준 김태명(가명ㆍ42)씨는 폴리테크닉Ⅶ대학에서 CNC선반 기술을 배워 두 달 전 함안 지역 중소기업체에 일자리를 얻었다. 김태명씨의 주민등록은 현재 세대주 권순주 밑에 있다. <류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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