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6:23 (월)
하로동선(夏爐冬扇)
하로동선(夏爐冬扇)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1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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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여야가 국회 본희의장에서 연출한 폭력 동영상은 보면 볼수록 낯부끄럽다. 국회의원들이 상소리를 주고받으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내두르는 걸 보면서 참담하지 않은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하는 일에 따라 유용하기 마련이라 무용지물은 없다. 정치인은 높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기 때문에 높은 사람의 취향을 맞추면 출세가 보장되기도 한다. 후한(後漢)의 학자 왕충은 비록 여름의 화로라 해도 그것으로 젖은 것을 말릴 수도 있고, 겨울의 부채라 해도 그것으로 불씨를 일으키는 일을 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있는 사람을 하로동선(여름 夏, 화로 爐, 겨울 冬, 부채 扇)처럼 취급하는 걸 비난했다.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두고 삼 년 내리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면서 국민의 살림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만 챙긴 채 얼렁뚱땅 넘어 갔다. 이번에 힘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데 공을 세운 정치인들이 추운 겨울에 부채를 들고 설친 꼴이지만 국민보다 높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렸으니 자못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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