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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예는 섞이지 않는다
돈과 명예는 섞이지 않는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0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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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돈의 유혹이 오면 웬만한 사람은 그 손길을 덥석 잡는다. 그리고 대부분 낭패를 본다. 정치인들의 뒤끝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는 거의 돈과 연관돼 있다. 지역 주민이 뽑았던 자치단체장이 여러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받고 결국은 검찰에 소환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경남지역 정치인들이 검찰에 줄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한겸 전 거제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지방지검으로 연행됐다. 한 거제 시민은 “김 전 시장은 뇌물하고는 거리가 먼 좋은 시장으로 기록될 줄 알았다”며 “누구나 그 자리에 오르면 뇌물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허탈해 했다.

 모름지기 돈과 명예는 잘 섞이지 못한다. 지금 소환을 기다리는 많은 경남지역의 전ㆍ현직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도의원 등이 재산을 모으는데 눈을 돌이지 않고 오직 좋은 정치를 베푸는데 집중했다면 그 끝이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생각하니 연민의 정이 올라온다.

 왜 정치인들이 돈에 자유로울 수 없을까. 왜 명예를 붙잡았으면 돈을 돌보듯 할 수 없는 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세상 천지에 아무런 대가 없는 순수한 돈은 떠돌지 않는다. 돈이 머무는 곳에는 이권이 개입되고 설령 사심 없이 건넨 돈도 받은 사람이 되레 무슨 편리를 봐주지 않으면 불편하다. 이런 생리는 삼척동자도 알고 꿰차고 있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모를 리는 만무하다.

 지난달 26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식수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89개국 39위였다. 2년 연속 뒷걸음쳤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도가 계속 떨어지고 혼탁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인식된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매긴 순위다. 툭하면 밝혀지는 정치인과 돈의 연결고리가 아직도 두툼하게 형성돼 있어 투명성 순위가 그렇게 쉽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

 국어(國語) 진어(晉語) 8편에 나오는 난무자(欒武子)는 경대부를 지낼 때 살림이 없어 조상에게 제사지낼 그릇조차 변변히 없었다. 그는 다만 선왕(先王)들의 법령과 덕행으로 일을 처리해 많은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숙향(叔向)이 임금 아래 경(卿)의 직위에 있지만 재물이 없는 한선자(韓宣子)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재산이 없으니 덕정을 베풀고 화를 면하라고 일렀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인 탐뢰무예(탐할 貪, 뇌물 賂, 없을 無, 다할 藝)는 재물을 탐하는 데는 끝이 없다는 교훈이다. 정치인이 재산이 많으면 화를 볼 수 있다는 데 하물며 남의 돈을 먹고 뒤탈이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 대명천지를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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