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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통신`에 멍드는 세상
`카더라 통신`에 멍드는 세상
  • 차지훈 기자
  • 승인 2010.10.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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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늦은 밤 진주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모 인터넷 카페에 떴다. 방금 진주 30대 주부 살인범이 잡혔는데 XX라고 하더라.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살인범에 대한 사실 확인을 묻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비롯한 진주경찰서 출입기자들에게 걸려온다.

 하지만 이날 본 기자는 `혹시 방금 범인을 잡은 걸까`하는 남다른 기자정신(?)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또 늦은 시간 사건 담당 형사들에게 확인에 들어갔고, 또 여지없이 `카더라 통신`임이 드러났다.

 최근 진주에서 살인과 방화 사건 등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다. 더구나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 시민들은 한달 가까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경찰력도 대대적으로 투입돼 사건 해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누가 죽였다더라`, `뭣 때문에 어떻게 죽였다더라` 등등의 `카더라 통신`이 퍼지면서 가뜩이나 흔들리던 민심은 더욱 동요했고, 피해자 가족들과 주변인들 모두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는 결국 시민들의 제보를 고대하는 경찰의 수사에도 혼선만 초래하는 꼴이 됐다.

 여기에 소문을 맹신하는 일부 시민들은 `왜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졌는데 경찰은 못잡고 있나`라는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정확한 수사결과 발표나 보도없이 떠도는 소문을 믿은 일부 시민들로 인해 결국 경찰에서는 이와 관련해 따로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기에 이르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모든 소문이 인터넷 모임이나 목욕탕, 술집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인격 살인마저 가져올 수 있는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카더라 통신`은 소문에 그치지 않고 정보지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부풀려진다는 것에 있어 그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카더라 통신`으로 전해지던 루머들이 사람들의 입과 귀를 거치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소문은 그 당사자나 최측근이 정식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전까지는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그저 루머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도 뚜렷한 증거가 없는 `카더라` 식의 많은 루머들을 듣는 즉시 사실로 믿어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연예계에서도 부당한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학력위조 의혹 논란에 시달렸던 가수 타블로, `사채업자`라는 악성 루머 때문에 탤런트 故 최진실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고 중견가수 나훈아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정도로 소문이 확대돼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해야 했다.

 또 이와 같은 사실 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마치 특종인 것처럼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진실을 조명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논란을 생성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일부 언론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소문은 더 이상 `귀여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루머들의 악영향이 점차 늘어나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대중을 포함한 언론이 소문에 대해 조금 더 현명하고 신중히 대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며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절실하다.

 느슨한 책임의식은 오늘도 또 다른 `카더라 통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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