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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F1을 바라보는 회한
영암 F1을 바라보는 회한
  • 경남매일
  • 승인 2010.10.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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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준경남도청 도시과

최호준
경남도청 도시과

전라남도 영암의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2010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F1 Korean Grand Prix)`가 10월 22 ~ 24일 3일간 개최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F1대회는 세계3대 빅 이벤트라 한다. 영암군 인구6만4천명의 약 1천배의 세계인 6억여 명이 TV로 시청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분석한 F1 경주장 건설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6천659억원, 고용유발효과 3천602명, 취업유발효과 4천899명에 달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매년 개최된다는 가정 하에 향후 7년간 생산유발효과 1조8천억 원, 소득유발효과 4천364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8천600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7천994명이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4년에 한번 열리나 F1대회는 매년 열려 국가 신인도제고 및 홍보효과는 훨씬 극대화된다. 경상남도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F3대회를 창원시내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다시 5년간 대회 연장을 위해 2004년부터 담당팀장으로 `연장개최 성공` 특별임무를 부여받는다. 문제는 F3경기 3일간 레이스를 펼치는 서키트가 도심에 위치해 소음과 교통 혼잡 등 이유로 경기장 인근 주민과 창원시의원 대부분 연장개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로 강력 반대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다. 설상가상으로 도지사의 중간사퇴로 인한 정치적 이유로 도의회에서도 일부의원의 반대의견이 상존 어려운 난관에 봉착한다.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설득과 이해를 촉구하기 위해 관련인사들을 방문하며 협조를 구한다. 경기장과 인접한 꽃집에서 결혼 후 처음으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아내에게 주기도 하고 문방구에서는 학용품을 사는 등 가게마다 들러 대회개최 여론을 취합한다. 주택가 골목에선 의견을 청취하면 일부 주민은 부정적이다.

 포기하지 않고 시의원과 도의원에게 연장협조를 지속적으로 구한다. 진척이 있어야 하는데 항상 원점에서 맴도는 기분이다. 4월 중순 어느 날 상사와 나는 폭설처럼 누적 스트레스에 소주잔을 이슥도록 기울인다. 식당 문밖 계단에 상사와 나는 앉았다. "왜 저를 이리 데려 왔습니까?" "최 팀장 난들 오고 싶어왔겠나!" 우린 그냥 부둥켜안고 "엉! 엉!"울어버린다. 속이 후련하도록 눈물을 쏟았다. 다행히 우리를 본 타부서 동료가 "업무가 얼마나 괴롭고 고달프면 어련하겠냐!"며 지나쳐도 우린 모른다. 그는 후일 살짝 "참 나도 가슴이 아팠다" 라 한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즉 발 밑을 다시 돌아보며 시간을 이겨낸 참 눈물인 것이다. 드디어 2004년 4월 27일 도의회 본회의가 열린다. 경제환경문화위원회의 부대의견이 달린 `F3대회 연장개최 계획안`에 대해 불을 뿜는 열띤 찬반토론과 표결을 거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에 돌입한다. 도 본청은 물론 의회까지도 특히 프레스 센터도 긴장감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친다.

 언론은 표결에서 부결을 점친다. 4시간여의 진통 끝에 무기명 비밀투표로 참석의원 36명 중 찬성23표, 반대13표로 가결된다.

 "경남도가 주민들의 민원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F3대회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제적으로 창원시의 인지도를 높인 점을 무시할 수 없다"라는 찬성의견의 우세승이다. "아뿔사!" 그러나 그해 7월엔 다시 `F3대회 연장개최 철회안`이 도의회를 통과한다. F1을 위한 F3, 이래서 경남이 포기한 F1은 전남 영암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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