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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괴롭히는 등산
산을 괴롭히는 등산
  • 경남매일
  • 승인 2010.09.1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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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한려해상국립공원

하루에도 수천 명에 육박하는 산악인들이 산을 오른다.

 가까운 동네 뒷동산부터 시작해서 지리산, 한라산, 여러 높은 산들까지 말이다.

 등산을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보일 뿐 아니라 웬만한 사람이면 산악회 소속은 기본이 될 정도다. 지금은 무더웠던 날이 풀리면서 그런 등산인구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XX산악회, XXX산악회, 많은 산악회 명찰을 가방에 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은 같이 따라 올라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등산 장비들을 지니고 먹을 음식들도 한 가득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가 일쑤다. 얼마나 좋은 여가활동인가?

 건강에 도움도 되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할 수 있는 등산이니 말이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우비를 착용하고서 등산을 하는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그들은 즐거운 얼굴을 하고 등산을 한다. 등산을 하는 초입에서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하게 되면 이름도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갑게 “수고하십니다”라고 거침없이 반겨주고 행여나 작은 먹을 것 하나라도 있으면 곧바로 건네는 정(情)도 보여준다. 정말 보기 좋은 광경이다.

 그런 모습을 정말 자주 접하게 된다. 그것은 그만큼 등산객이 많다는 얘기인 동시에 그런 문화가 잘 자리 잡았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모습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름은 거창하게 산악회라고 티를 내며 등산을 하지만 등산을 하러 온 건지 다른 목적에 의해서 온 건지 분간을 할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다.

 산을 다 오르지도 않았는데 술에 취해서 비틀대는 분도 계시고 등산을 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쓰레기까지 다 털어서 산에 버리시는 분들도 계신다. 힘든 산행으로 산불 지수가 극에 달한 산에서 담배도 하나 꺼내 물기도 한다.

 몰라서 그렇다라는 이야기는 요즘엔 통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산악회와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문화가 된 요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 산을 위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이 다녀간 산은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고통 받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나쁜 산행습관이 몸에 밴 것에 대한 반성을 할 줄 모른다.

 아주 작은 꽁초하나에도 자연은 크게 반응한다. 담배연기만 맡더라도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산도 마찬가지다.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표현을 못할 뿐이지 산도 사람처럼 싫어하는 모습을 잘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산에 좋은 기운과 건강과 사회적 평화를 바라는 정말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산신제가 이런 정말 상반된 결과를 나타나게 할 때도 있다. 지금 등산화를 신고 있는 순간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산을 아끼면서 즐겁게 산행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산을 괴롭히는 당사자는 아닌지….

 즐겁고 올바른 등산문화가 등산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작지만 실천해보길 권한다.

 하나의 생명체로 산을 대하며 즐거운 등산길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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