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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2만개 시대, 내실 다져야
벤처기업 2만개 시대, 내실 다져야
  • 경남매일
  • 승인 2010.06.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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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벤처기업이 2만개를 돌파했다. 중소기업청과 기술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2만개를 넘어섰고, 그 이후에도 하루 평균 20∼30개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벤처산업은 1997년 10월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으로 활기를 띠다가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거품경제 붕괴로 크게 위축되기도 했으나 그 이후 다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벤처 붐이 불었던 2001년 1만1천39개였던 벤처기업 수는 2002∼2003년 조정기를 거치면서 1만개 미만으로 줄었다가 2006년 1만개 선을 회복한 지 4년만에 2만개를 돌파했다.

 벤처기업의 비중은 국내 전체기업의 0.5%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8%, 고용 기여도는 3.2%에 이르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8년 1.8%에서 지난해에는 3.2%로 커졌다. 벤처산업이 본격적인 중흥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모험을 무릅쓰고 사업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을 말한다.

 성공하면 개인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고 국가 경제에도 공헌할 수 있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큰 ‘고위험, 고성과’가 특징이다. 벤처기업육성특별법에 따른 갖가지 지원이 벤처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토양이 돼줬다고 할 수 있다.

 벤처산업이 활기를 되찾은 데 힘입어 지난해부터는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창업했던 벤처 1세대 사업가들이 새롭게 인터넷 벤처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또 올해 들어서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벤처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구석도 없지 않다. 기업을 개인의 치부(致富) 수단으로 삼은, ‘가면 쓴’ 벤처사업가에 관한 보도는 벤처산업 기반 확충에 이바지하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다수의 ‘진짜’ 벤처기업가들을 안타깝게 한다.

 지난달에는 한 40대 벤처기업 대표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미국 복권 구매를 대행해 주고 1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 적발됐고, 지난 3월에는 대표적 창업투자회사의 전직 대표 등이 횡령과 주가조작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벤처 붐이 재현되고 있다지만 40∼50대 연령층이 벤처기업의 창업을 주도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벤처기업 창업자 연령을 보면 40대가 49%로 가장 많고, 다음은 50대로 26%나 된다. 반면 30대와 20대는 17%, 0.7%에 불과하다.

 알다시피 40∼50대는 명예퇴직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 연령층이다. 이런 연령대에 벤처 창업이 몰리는 점에 비춰볼 때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로 무장한, 진정한 의미의 벤처 창업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생계형’ 창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실상이 그렇다면 벤처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민관이 함께 벤처산업의 실상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내실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어떤 전문가는 몇 년 전 국내에서는 새로운 벤처의 싹을 찾을 수 없다고 개탄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벤처 경영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벤처기업의 경영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정부 부처나 관련 민간단체가 벤처 붐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하려고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는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 궁금하다. 벤처기업 2만개 시대를 맞아 지원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현실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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