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0:51 (월)
‘허깨비 정당’
‘허깨비 정당’
  • 박유제 기자
  • 승인 2010.03.18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유 제 편집부국장
며칠 전 6.2지방선거 관련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뒤지다가 필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자료를 발견했다. 선관위에 등록된 주요 정당들의 당비납부 현황이다.
 
이 자료를 보면 최대규모 정당이면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당비납부 비율이 2008년도 기준으로 11.1%에 그쳤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고작 1.4%에 불과, 자신들이 스스로 일컫는 ‘공당’을 무색케 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정당은 진보신당으로 64.8%였고, 다음으로 민주노동당 57.0%, 사회당 31.8%였다. 진보성향 정당의 당비납부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셈이다.
 
반면 창조한국당 0.6%, 자유선진당 0.3%, 친박연대 0.2%로 최저수준을 보였고, 생소한 이름의 선진한국당과 자유평화당은 당비납부 비율이 모두 제로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정당들의 평균 당비납부 비율은 7.1%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92.9%의 당원들이 당비를 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허깨비 정당’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납부된 당비의 상당액은 일반 당원이 낸 정상적인 당비가 아닐 가능성도 크다. 이른바 ‘특별당비’가 바로 그것이다.
 
특별당비란 흔히 유력인사가 사실상 입당을 전제조건으로 내는 거액의 당비를 말한다. 선거철을 전후로 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도 곧잘 특별당비를 내곤 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거대정당들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정당을 운영할까?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운영된다. 바로 ‘국고보조금’이다.
 
2008년 기준 한나라당이 받은 국고보조금은 243억원, 민주당은 250억원이 넘는다. 이에 반해 당비납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민주노동당은 57억700만원, 당비납부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진보신당은 4억5400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저조한 당비납부 비율에도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구조는 결국 정당의 존립기반을 흔든다. 이는 자칫 정당중심의 의회정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정치구도 자체가 위태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관위는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들의 대부분이 일부 정치인에 의해 동원된 당원들이거나, 아니면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려놓은 당원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정정치인이 동원한 이들 ‘유령당원’이 많은 정당일수록 민주적 정당운영은 허울뿐이고, 후보공천 등 중요한 의사결정권은 대부분 유력정치인의 손아귀에 넘어간다.
 
이는 곧 선거 과정에서 당원들이 참여하는 후보경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그에 따른 폐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학자를 비롯한 전문가그룹에서는 당원의 참여율이 낮은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아예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정치자금 문제 중 저조한 당비납부 비율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건강한 정치문화가 이뤄지려면 정치자금부터 투명해져야 한다. 정당운영과 정치자금 실태가 낱낱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말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특별당비’가 걱정이다. 공천을 염두에 뒀거나, 아니면 공천의 대가로 납부되는 특별당비는 엄밀히 불법이다.
 
온당치 못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폐해를 지역주민들이 떠안는 일이 없도록, 유권자인 국민 모두가 공명선거 감시요원이 돼야 할 때다.

박 유 제 편집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