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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기대 저버리는 국회 되려는가
끝내 기대 저버리는 국회 되려는가
  • 승인 2009.0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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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국민의 분노를 샀던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싸움질을 하느라고 민생법안을 다 처리하지 못해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여야 의원들이 법안 심의에 몰두해야 할 임시국회 회기중에 해외 순방에 나서는가 하면 꼴불견 ‘전쟁’의 사령탑이었던 여야 원내대표들이 TV방송의 쇼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말 쇼를 한 것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비록 주말을 이용한 사적 여행이었지만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골프여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회기중인 1월 임시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을 이번 주 처리하고 일정을 끝낼 예정이라고 해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여야가 심도있게 논의하고 협의해도 될까말까한 실정이다.

 이런 중대한 시국에 기획재정위를 비롯해 법사위, 교육과학위, 문화체육방송통신위 등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해외순방을 떠났거나 계획중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15일부터 1주일 가량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가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를 취소했다.

 인터넷상에서 “국회 폭력사태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외유를 갈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14일부터 열흘 가량 일정으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이집트 등 중동지역 4개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계획이 잡혀있으나 지난 주말까지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 의장의 경우 방문국 국왕과 대통령 등 면담일정까지 확정된 상황이어서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대단한 외교적 결례라는 점 때문에 고심 끝에 결국 일정을 일부 조정해서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최근의 국회 상황이 얼마나 부끄럽고 불안했으면 국회의장이 국빈방문까지 취소하려 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해외활동은 사실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회기가 아닐 때 필요한 국가를 방문해 입법 자료를 수집하고 외국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의원의 직무에 해당한다.

 요즘 같으면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각국 정부와 의회의 노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불요불급한 해외순방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국회가 ‘전쟁’을 하는 바람에 밀려있는 일이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국민이 무섭다면 뒤늦게 벼락공부하듯 밤새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해외에 나갔다가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일에 대한 질문이나 받고 제대로 대접을 못받을 상황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금 시중에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격투기를 배워 국회로 진출하겠다”는 웃을 수 없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TV에 나와 쇼를 할 정도로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국민은 두번 다시 국회 폭력사태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2월 임시국회를 준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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