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주말에 이어 총선을 9일 남겨둔 31일 일제히 대운하 문제를 부각시켰다. 특히 각 정당 대표와 총선후보들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혹은 유세전에서 대운하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은 방어에 여념이 없다. 총선 후 재검토하겠다는 당론 제시와 야당의 대운하 비밀추진 규탄대회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
이대로 선거일까지 가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속내지만, 과연 그런 방법이 올바른 선택일까 하는 대목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선에서 최대 흥행몰이였던 운하건설에 대해 집권당으로서 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유권자인 국민은 운하 건설에 대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입장이나 견해를 알 권리가 있다. 국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는 선거 밖에 없다. 선거에서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막을 명분은 어느 정당이든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총선공약을 선거일 보름 앞두고 내놓는 바람에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고 보면 ‘대운하’가 정책선거를 이끌어내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총선이 끝난 뒤에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힘들다.
총선이 불과 8일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뜨거운 감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운하 관련 입장을 당당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메랑의 양면이 ‘민심’의 매서운 칼날로 번득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