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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그들만의 리그’
한나라당 공천 ‘그들만의 리그’
  • 승인 2008.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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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그들만의 리그’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도를 넘었다. 갈수록 가관이다. 당 대표는 물론 대변인까지 나서 툭하면 ‘개혁공천’을 천명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공천심사 초반까지만 해도 탈락자들의 잇단 반발을 뒤로하고 지역별 공천일정은 일단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개혁공천’이 ‘진흙탕 싸움’으로 급격히 퇴색하면서 ‘안강민호’는 지금 좌초 위기에 몰렸다.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 살생부 논란, 심사위원간 갈등으로 이어지던 공천심사 파행은 급기야 12일 박근혜 전 대표의 공천불만 폭발로 절정에 달했다. 박 전 대표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듯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영남권 현역의원 50% ‘물갈이설’과 관련해 “다 짜고 하는 이야기이고 우리한테 다 뒤집어씌우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방호 사무총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비록 이 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근거 없는 얘기”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정치공학적 역학관계가 숨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총선 후 계파간 세력 확충을 위한 ‘내 사람 심기’ 전략에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선출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파 인사를 총선에 내세워 대의원 수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차기 당권 예비주자들의 ‘동선’이 작용하면서, 사실 공천잡음과 갈등은 이미 예고됐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더욱 불행한 사실은 현재의 당 지도부는 물론 차기 당권 예비주자들의 귀에 불공정 공천심사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불만과 절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도 안중에 없어 보인다.

그 결과는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다. 흔히 ‘공천 후폭풍’이라 함은 탈락자들의 반발과 탈당으로 보는 것이 관례지만, ‘그들만의 공천리그’에서 가장 매서운 후폭풍은 유권자인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 이른바 ‘계파 수장’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던지는 마음’으로 개혁공천에 나서야 한다.

또 한나라당을 집권여당으로 선택해 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의 ‘유권자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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