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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이 19 아테나의 탄생
아테나이 19 아테나의 탄생
  • 경남매일
  • 승인 2023.10.3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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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아버지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이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헤라가 아니라 메티스다. 메티스는 헤라 이전의 제우스의 첫 번째 아내이며,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는 그녀를 '신과 인간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 하였다. 메티스의 결혼과 아테나의 탄생을 이야기하려면 신들의 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왕좌에 오르기 전에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라는 1세대 및 2세대 신의 왕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식들의 반란으로 쫓겨나는 운명이었다. 1세대 왕 우라노스는 아내 가이아와의 사이에 많은 자식을 두었는데, 외눈박이 키클로페스, 수십 개의 머리와 팔을 가진 거인 등 그 모습이 기괴한 자식들을 싫어하여 저승인 타르타로스에 감금해버렸다. 그에 마음이 상한 가이아의 부추김을 받은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거대한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하여 폐위시킨다. 우라노스의 거세된 남근 주변에 생긴 거품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우라노스에 이어 2세대 신의 왕이 된 크로노스도 그 역시 아들에 의해 쫓겨날 것이라는 신탁을 듣는다. 그래서 그는 자식들이 태어나는 족족 집어삼켜 버린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막내 제우스만은 뺏기지 않으려고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 아기 대신에 돌덩이를 보자기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주었고, 어리석은 크로노스는 돌덩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속아서 그걸 삼킨다. 제우스는 크레타섬에서 숨겨 키워지고, 그가 다 자랐을 때 어머니 레아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크로노스와의 전쟁을 준비한다.

어리석지만 힘이 센 크로노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제우스의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크로노스가 이미 삼킨 그의 형제들을 먼저 구해내기 위해, 당시 가장 지혜로운 메티스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여러 가지 약초를 구해 강력한 구토약을 만들어 주었고, 제우스는 엄마 레아와 함께 그 약을 크로노스에게 몰래 먹였다. 이에 크로노스는 그동안 삼켰던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등의 자식들을 모두 토해냈다. 제우스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크로노스와 티탄족을 상태로 10년간 싸워 결국 승리하고,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가둠으로써, 제우스가 이끄는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메티스의 도움으로 올림포스의 왕에 오른 제우스는 그녀를 강렬히 원했다. 하지만 지혜로운 메티스는 최고 권력자의 아내가 겪게 될 미래를 예견했기에 줄기차게 제우스를 피해 다니다, 결국 그의 집요한 구애를 받아들여 결혼하였다. 그런데 제우스도 선대의 왕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능가하는 자식들에 의해 왕좌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는, 메티스가 임신을 하자 그녀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메티스가 임신한 아기는 제우스의 몸속에서 자라서 제우스의 머리로 올라가고, 아이가 계속 자라자 제우스는 극심한 두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로 하여금 도끼로 이마를 쪼개게 하여 머리를 열자, 투구를 쓰고 방패와 창으로 완전 무장을 한 아테나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세상에 나온 아테나 여신은 어머니 메티스의 지혜와 제우스의 전술적 역량을 고루 갖춘 지혜와 전쟁의 신이 되었다.

이러한 신들의 세대교체와 아테나의 탄생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선 권력을 독점한 집권자는 모두 아들에 의해 왕좌에서 밀려나야 한다는 운명을 말한다. 그것은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절대적인 가치는 없으며, 자신의 후손에 의해 세대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두려는 듯하다.

1세대 왕 우라노스는 공간의 지배자를 상징한다. 원래 우라노스는 하늘을 의인화하고, 그의 아내 가이아는 땅을 의인화한 신이다. 이들이 결합함으로써 거대한 공간이 형성되었다. 공간은 그 자체로서는 그저 존재할 뿐 아무런 창조능력이 없다. 우라노스를 거세한 2세대 왕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우라노스의 공간을 부단히 변화시켜 그곳을 자연으로 채운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자연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성되고 성장하는 자연과 그것을 창조하고 변화시키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시간이 공간을 지배하게 된다. 공간과 시간은 의지도 지혜도 없고 그저 거대하거나 힘이 무지막지하게 강할 뿐이다.

그러한 공간과 시간은 이제 제우스에 의해 정복되었다. 제우스의 힘은 지혜에서 나왔고, 그것은 메티스로부터 얻은 것이다. 거기다 크로노스를 폐위시키는 데 지혜를 보태준 메티스를 아예 집어삼킴으로써 제우스는 그 지혜를 자신의 몸에 체화하였다. 그리하여 권력과 지혜를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제우스는 올림포스에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서 자연과 인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거친 자연의 물리적인 힘들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지혜와 이성이 다스리는 그리스 신화 속의 올림포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메티스를 삼킨 제우스의 내부에서 아테나가 자란다. 그것은 지혜가 힘 즉 권력 속에서 성숙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혜가 외부를 향한 힘과 결합되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략이 되고, 지혜가 내부 조직을 통치하는 힘과 조화를 이루면 바로 리더십이 된다. 그래서 아테나는 전쟁과 전략의 신인 동시에, 탁월한 리더십으로 인간 무리를 이끄는 모든 영웅과 리더들의 수호신이 된 것이다. 그러니 전략적 사고와 탁월한 리더십을 무장한 모든 리더들은 이미 아테나의 가호를 풍성히 누리고 있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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