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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의 놀라운 효과
낮잠의 놀라운 효과
  • 이유갑
  • 승인 2015.10.0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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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하버드 대학 연구 결과
‘낮잠, 학습ㆍ기억 큰 도움’
일과 공부 효율성 위해
낮 짧은 잠 도입 시급

 낮잠의 놀라운 효과가 최근에 밝혀졌다. 불과 1시간 정도의 짧은 낮잠이 밤새 자는 잠만큼이나 정신활동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의 새라 매드릭(Sarah Madric) 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뉴로 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서 낮잠을 자는 집단의 사람들과 낮잠을 자지 않는 집단의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낮잠을 자는 사람들이 자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학습 능력과 기억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새라 매드릭 연구팀은 두 집단의 실험 대상자들 중에서 한 집단은 낮 동안 잠을 자지 않게 하고, 다른 한 집단은 오후 2시부터 60~90분 동안 잠을 자게 했다. 이 연구에서는 또 낮잠을 자는 사람들의 놔파를 측정해 얼마나 깊은 잠이 들었는지도 측정했다.

 이 연구에서 나온 결과는 낮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데 비해 낮잠을 잔 사람들은 학습 능력과 기억 능력을 잘 유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해준다.

 그동안 일부 생리학자들이 낮잠의 효용성에 대한 주장을 꾸준하게 제기해 왔는데, 또 일부의 학자들은 밤에 몇 시간만 숙면을 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결과에 의해 일단은 낮잠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입장이 우세하게 됐다.

 이 연구에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낮잠을 잔 사람들 중에서도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 뇌파의 속도가 느리고, 급속한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 REM)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학습 능력과 기억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수면 연구에서는 잠을 자는 동안에 안구의 움직임이 급속하게 나타나고 뇌파의 속도가 느려질 때에는 대체로 깊이 잠이 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하면, 낮잠을 깊이 잘 수록 깨고 난 후의 정신활동이 아주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들은 행동발달의 관점에서 볼 때 짧은 시간동안 자는 낮잠이 밤새 자는 잠만큼이나 지각 활동이나 인지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너무나 바쁘게 일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나 오랜 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 연구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까?

 직장인들에게 점심 식사 후의 일정한 시간 동안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거나 낮잠을 자지 않더라도 뇌파가 편안한 알파파가 되도록 쉬게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의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중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점심식사 시간 이후에 약간의 수면 시간을 허용해 준다면, 학생들이 좀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학력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기초적인 학습 능력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기가 많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낮잠을 즐기는 습관이 있어 왔다. 전세계에서도 가장 부지런한 성향을 가진 한국인들은 낮잠은 게으른 사람들의 습성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옛어른들께서도 글 읽는 선비는 낮잠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여 간다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일과 공부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낮잠 시간의 도입이 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책 담당자들의 용기있는 시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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