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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못 끊은 민정비서관의 검찰 복귀
고리 못 끊은 민정비서관의 검찰 복귀
  • 연합뉴스
  • 승인 2014.05.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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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희(47)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로 복귀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통상의 검사 임용절차를 거쳐 서울고검 검사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복귀는 현직 검사가 사표를 쓰고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관으로 일하다 다시 검사로 재임용되는 편법적인 관행의 전형적인 되풀이다. 검찰청법 44조의2는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돼 검찰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자 1997년 신설된 조문이다. 그러나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근무하다 복귀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사실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그동안 거의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이 전 비서관의 복귀로 이번에도 그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의 검찰 복귀 여부는 그렇지 않아도 관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 공약은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검찰 장악 시도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검사의 청와대 파견과 복귀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작년 3월 현직 검사이던 이 전 비서관이 임명되자 공약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다만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도 검찰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공약의 취지가 그나마 지켜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 전 비서관을 검찰에 다시 임용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이 공약은 결국 지켜지지 않은 셈이 됐다. 이 전 비서관이 임용 신청을 하지 않거나 법무부가 그를 재임용하지 않는 게 옳았다.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다 복귀한 검사들 대부분은 검찰의 요직을 차지하며 속된 말로 잘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정권으로부터의 검찰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는 우병우(47)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 내정됐다. 그가 작년 4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현직 검사에서 바로 물러나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는 관행은 일단 단절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법을 꼼수로 무력화시키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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