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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213>
제13화 금빛 격랑 <213>
  • 서휘산
  • 승인 2013.09.02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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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금빛 격랑 (4)
 모든 경제의 원리는 똑같다. 싸게 사거나 만들어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있는 자들은 항상 이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없는 이들에게 삶은 곧 생존싸움이다. 값이 떨어진다고 사둘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값이 떨어질수록 팔아치워야 하는 게 민초들의 현실이다.

 그 민초들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핏줄이자 곧 자신의 은인인 것을…….

 언젠가 서민들의 목을 쥐어짠 대가로 경제를 되살리게 되면 부동산과 주식은 다시 오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식 값이 튀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들…….

 이제 알거지가 되버린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고, 오히려 더 구석으로 모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식이 오를거라고 언론 및 기관, 그리고 외국인들은 떠들어댈 것이고, 어수룩한 민초들은 배추 판 돈, 돼지 판 돈, 명예퇴직금 등을 들고 증권회사로 몰려 갈 것이다.

 그러나 돈과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을 민초들이 이길 수는 없다. 주식게임도 포커게임이나 매 한가지로 자금력과 정보력의 싸움이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민초들의 가슴을 장밋빛 꿈으로 한껏 부풀려 돈을 끌어들인 뒤 일거에 차액을 남기고 팔아치운다. 그것은 전문 도박꾼들이 순진한 잔챙이들을 끌어들여 집문서 땅문서까지 빼앗는 사기도박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필경 단 몇 년만에 외국인이 한국 증시의 민초들에게서 훑어 갈 돈은 수 조원에 달할 것이다. 그리고 주식이 오르는 걸 이용해 증자를 단행할 재벌기업들은 정부에서 이제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그 몸집이 엄청나게 불게 될 것이다.

 그 증자에 참여할 돈이 다 누구 돈이던가?바로 개미처럼 물어갈 불쌍한 서민들의 피와도 같은 돈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대통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며, 대통령 자신에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오점이 될 것이다.

 ‘뭔가 대책, 대책이 있어야 한다.’

 초조함에 파묻힌 대통령의 전신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창가를 서성이던 그는 소파로 돌아와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예. 각하 무슨 분부신지요?”

 부속실 여직원의 목소리는 상냥하고 또렷했다.

 “비서실장 계신가?”

 “예. 계십니다. 각하.”

 “그럼 들어오시라 해요.”

 “예. 알겠습니다. 각하.”

 젊은 아가씨의 목소리가 회선에서 사라졌고, 곧 비서실장 변용권이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변용권은 모든 가신들에게 몸에 밴 정중한 모습으로 상체를 조아렸다.

 “아. 변실장 이리 와 앉으시오.”

 대통령이 가라 앉은 목소리로 그를 맞자 변용권은 소파 가까이 와서도 차마 앉질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각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어두운 얼굴로 변용권을 올려보던 대통령은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국민들이 우리 경찰들을 어떨게 보겠나?”

 던지듯 뱉은 대통령의 말에 그제야 변용권은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하고 소파에 앉았다. 대통령이 변용권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그 동안 안기부에서는 뭘 했는지 말이야.”

 “곧 이부장을 불러서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 지금 국민들은 모두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있을 거요.”

 변용권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대통령의 수심 가득한 말대로 나라 곳곳에 분노에 찬 한숨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터진 백지한 사건은 사회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 수록 더욱 더 세력을 확장하게되는, 기득권층의 민중지도자에 대한 비열한 폭력이었다.

 역사는 변화ㆍ진보하려는 혁신세력과 이에 맞서는 수구세력과의 균형 있는 대립과 조화 속에서 발전해가야 아름답게 꽃피는 것이라고 대통령은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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