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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9>
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9>
  • 서휘산
  • 승인 2013.08.27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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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16)
고민에 잠긴 대통령은 창 밖을 노려보았다. 청와대의 넓은 뜰은 푸르기만 한데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잔뜩 찌푸려져 있다.

 K1-A 기관단총을 든 경찰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백지한의 전화를 받은 영봉이 바로 경찰서로 신고를 한 것이었고, 그 신고를 받은 경찰이 때맞춰 출동을 해준 것이다, 그 중 한명이 공포탄을 쏴 올렸다.

 “탕. 탕.”

 화약냄새가 창고 안을 덮었고 사내들이 당황했다. 그 사이

 “이 새끼들,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경찰들이 기관단총으로 사내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백지한은 수련에게 다가갔다.

 “이젠 됐다.”

 “…….”

 헝클어진 머리를 배꼽까지 늘어뜨린 아이가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곧 소리내어 울었다.

 백지한은 아이의 어깨를 안았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울기만 할뿐…….

이틀 후, 청와대 2층의 대통령 집무실이다.

 “공직자들 기강이 말이 아니야.”

 대통령은 신문을 집어던지듯 내려놓았다. 늘어진 눈시울이 더욱 쳐져 보이는 그의 얼굴은 사뭇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신문마다 일면의 톱기사로 나팔호 사건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믿어지지 않았으나 엄연한 사실이었다.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두령이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경찰청장이라면 자신의 수족과도 같다. 따라서 그런 자의 범법행위는 자신의 범법행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족이, 국가와 민족의 단합과 발전을 위해 힘들게 살아왔던 사람을 결단내놓았으니…….

 이 나라 국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에 잠긴 대통령은 창 밖을 노려보았다. 청와대의 넓은 뜰은 푸르기만 한데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잔뜩 찌푸려져 있다.

 대통령이 된 지금…….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어느덧 3개월이었고, 그 동안 국제통화 기금에서 빌려다 쓴 돈만해도 2백 억 달러에 가까웠다.

 그 돈과, 민초들이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굶어가며 모아둔 금을 긁어모아, 국가부도라는 치욕적 사태는 일단 막았지만…….

 그가 키를 잡고있는 한국호에서는 중산층이 몰락해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은 오히려 그 부피와 무게가 늘고 있었다. 소득과 신분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기 전까지 그렇게 부르짖었던 대중경제, 서민경제는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정작 자신을 대통령에 오르게 한 건 서민들이었는데…….

 그 민초들이 지금 고바위를 채는 고물 똥차처럼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는 거였다. 그는 잔뜩 이맛살을 찌푸리고 긴 숨을 내쉬었다.

 고독했고, 일편단심으로 그를 짝사랑하며 이렇게 늙으나마 대통령에 오르게 해준 민초들에게 죄스러웠다.

 ‘그 빚을 어떻게 다 갚는단 말인가.’

 그의 인생에 있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이건만…….

 ‘망할…….’

 대통령은 어금니를 물었다. 아직도 세상은 보수ㆍ기득권자들 편이었고, 서민들은 거리로 버려지고 있었다.

 게다가 함께 고생했던 동지들은 지금 어떻게 변했는가.

 수 십 년간 그와 정치생명을 같이하며 뒤를 따라다니던 진돗개들이 정권을 잡자마자 몇몇만 빼고는 순식간에 미친 늑대나 똥개로 변해가고 있었다.

 단 몇 달만에…….

 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야당을 탄압하고, 국민들에게 거들먹거리고, 치부하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줏대 없는 놈들!”

 대통령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내뱉어진 된소리였다.

 지남 30여 년간 대중경제, 자유민주주의, 남북연방국가를 외치며 권력에 핍박받던 그 시절이 그는 차라리 그리웠다. 그 때는 그래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리와 정의로 뭉쳐 함께 뛰던 동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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