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8:57 (월)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의 도를 지나쳤다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의 도를 지나쳤다
  • 연합뉴스
  • 승인 2013.01.27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병ㆍ의원에 45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CJ 제일제당 등 국내 굴지 제약업체 3곳과 임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의사 중 일부는 해외여행, 자녀 학원비, 명품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리베이트로 받은 현금이나 법인 신용카드 등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300만 원 이상 수뢰한 의사도 83명에 이른다. 불과 2주전에도 국내 1위 제약업체인 동아제약 전ㆍ현직 임직원 7명이 구매대행(에이전시) 업체를 끼고 전국 1천40여 곳의 병ㆍ의원에 48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정부 합동수사반에 적발됐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수사중인 정부합동수사반이 소환했거나 순차적으로 소환할 예정인 의사 수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선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사하기만 하면 줄줄이 터져나오는 이런 리베이트 거래가 정상 영업 관행을 넘어섰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 정서일 게다. 악성 리베이트 근절을 촉구하는 것조차 공염불인가 싶어 답답할 노릇이다.

 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에 따르면 CJ 제일제당 등 3개 제약 업체는 의사들에게 법인 신용카드, 현금 등을 리베이트로 제공했으며 일부 의사들은 이들 제약 업체의 의약품을 다른 회사 약품에 비해 3배나 많이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약업체들은 리베이트를 줄 의도였다면 법인카드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며 대가성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CJ 제일제당의 경우 자사 약품 처방이 많은 의사 266명을 ‘키 닥터’로 선정해 법인 카드를 제공해왔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나 받은 사람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이후엔 직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주말에 빌려주고 주초에 다시 받는 편법을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게다가 의사들에게 임의수사에 협조하지 말라거나 카드 가맹점에 포인트 적립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했다고 하니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도한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은 약품 제조 원가를 부풀려 환자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뿐 아니라 적절한 진료를 받을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불문가지다. 역대 정권에서 특별대책이 수없이 나와도 끊이지 않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최근의 사태만 봐도 이제 영업 관행이라기보다 관행적 비리, 만성적 비리라고 보는게 맞다. 비리를 당장에 근절할 수 없다면 현행 대책의 지속적이고 예외없는 시행 밖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지금과 같은 리베이트가 ‘관행’이 아니라 ‘비리’라는 현실을 깨달을 때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 실태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ㆍ조사, 쌍벌제의 철저한 시행, 적발된 제약업체 및 의료인에 대한 신속한 행정처분, 적발 제약업체의 약값 인하, 세무조사 강화 등의 조치를 강력히 시행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