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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그 끝은 어딘가
신공항 그 끝은 어딘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4.03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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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 이사/취재본부장
 사과는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다. 이해를 구한다지만 상대가 납득하지 못하면 신뢰는 금이 간다. 그래서 약속은 신뢰와 직결된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 약속은 매우 중요하고 꼭 지켜져야 한다. 약속은 서로 간에 어떤 일에 대해, 어떻게 하기로 정해 놓는 것을 뜻한다.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은 인정하고 믿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상습적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를 가볍게 보게 되고 멀리하게 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지만 믿질 않는다. 삶은 콩은 콩이 아닌가, 메주는 삶은 콩으로 쑨다고 빈정거리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정판이다.

 선거판의 약속은 곧 공약이다. 시장, 군수, 도지사, 기초 및 광역의원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 어느 선거든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선거공약이다.

 후보들의 경륜이나 식견, 정치 철학에 기초하고 지역현안 등이 어우러진, 공약은 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는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약속이다. 유권자들은 이를 꼼꼼히 살펴 표로 답 한다. 공약에 동의할 경우 그를 낙점하게 되지만 부실하고 허구에 찼다면 등을 돌린다. 하물며 나라를 짊어질 대표 일꾼, 즉 대통령을 뽑는 데야 약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두고 영남을 달군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질 않는다. 대통령의 사과에도 백지화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꺼질질 않고 되레 활활 타오를 조짐이다.

 앞서 3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밝힌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백지화 결정을 반박한데서 논란은 내년 대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백지화발표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물 건너 간 경남도, 대구ㆍ경북과 부산의 자치단체장ㆍ시민단체 등은 내년 총선ㆍ대선 때까지 대정부 규탄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는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밝힌 백지화불가론과 함께 한다. 그래서 영남권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이명박 호(?)는 날아갔지만 박근혜 호(?)는 돌아왔다고 한다.

 미국이 한때 세계영화시장을 지배한 서부영화극의 돌아온 장고도 아니고 나라꼴이 장난질 같이 느껴질 정도여서야 되겠는가.

 이 대통령은 백지화 결정이 국가와 지역, 미래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고려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한 대선 공약을 취임 3년이 넘을 때까지 끌어오다가 뒤늦게 없던 일로 돌린 것, 그 자체는 경제성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가 백지화한 사업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경남도 대구경북 등 해당 지자체는 민자 유치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또 올해 예산이 7조 5천억 원인 부산시가 10조 원대 사업의 `독자 추진`을 밝혔다. 이들 지자체의 주장이 가능한지에 앞서 정치적 수사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의 백지화 비판은 논란을 접자는 대통령의 사과보다 힘을 더하고 있다. 공약(空約)에 그칠 공약(公約) 남발은 국민의 판단과 선택을 왜곡, 국정혼란의 원인이 됐다.

 같은 사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백지화 불가론을 폈다. 물론 `신뢰의 정치`를 바탕으로 한다지만 자신의 `텃밭`인 영남권 지지기반 다지기 차원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연유가 어떠하든지 정부의 백지화 발표에 앞서 소신을 밝히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다. 또 신공항 백지화 불가론이 영남권에서 환영받지만 속내는 화근 덩어리다. 영남권이 유치경쟁으로 부산과 경남북 대구, 울산으로 조각났다. 그래서 "밀양이냐, 가덕도냐"도 전제돼야 할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호(?)는 날아갔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회항을 외쳤다.

 현직 대통령이 접자는 밀양 신공항을 미래권력이 반대, 끝이 어디가 될 지는 안개속이다. 조종(弔鐘)이 울렸다는 지방시대, 정책결정은 주판알 놀음이 아니란 사실에서 더 큰 교훈을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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