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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지죄(餘桃之罪)
여도지죄(餘桃之罪)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29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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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모든 허물이 덮이지만 사랑이 식으면 모든 게 허물이 된다. 냉정한 정치판에서 막말이 이와 비슷하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이명박 정권 죽여 버려야”라고 한 원색비난을 두고 여야의 막말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툭하면 불거지는 자극적인 말이 우리 정치의 수준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국 시대 위(衛)나라 왕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던 미자하(彌子瑕)는 임금의 수레를 타고, 먹던 복숭아를 임금이 드시게 해도 아무도 죄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미자하의 자태가 볼품없어지고 왕의 총애가 줄어들자 과거의 죄가 들추어져 벌을 받게 되었다. 여도지죄(남을 餘, 복숭아 桃 어조사 之, 허물 罪)는 사랑이 있을 땐 죄가 안 되던 일이 사랑이 식으면 죄가 된다는 말이다.

 야당 최고위원이 얼마나 현 정권이 미우면 막말을 쏟아내고 “분노한 민심을 대변했다”고 강변했을까. 천 최고위원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칼럼니스트를 보고 “국가원수는 모독해 구속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대통령에 대한 막말도 애증에 따라 죄가 되고 안 되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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