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9:51 (월)
문전작라(門前雀羅)
문전작라(門前雀羅)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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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토 다카시가 쓴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뜨인돌)을 보면 미국이 세계를 제패한 이유 중 하나로 커피를 들었다.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가 여유로운 기분으로 즐기는 홍차를 밀어내고 세계를 지배했을 뿐 아니라 국민성까지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커피의 ‘잠 깨우는 속성’이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인 것 같다.

 권력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모여 들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지만, 권불십년의 권력이 다하면 야박하게도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간다. 이를 두고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에서 문전작라(문 門, 앞 前, 참새 雀, 그물 羅)라 했다. 문 앞에 새그물을 친다는 뜻으로, 권세를 잃거나 가난해지면 방문객의 발길이 끊어진다는 말이다.

 커피를 가지고 경제 제국을 쌓는 스타벅스나 권력의 중심에 서서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정치 권력가도 언젠가는 문전작라를 맞는다. 강한 힘이 지배하는 정치나 경제계 판도에서 부드러운 힘으로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지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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